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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꿈의 공장' 할리우드의 허상을 꼬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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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의 영화 '헤일, 시저!', 자동차 생산하듯 영화 찍어내던 스튜디오시스템 문제 지적
매카시즘의 허위성에도 일침...美서 사회주의 부상할 수 있다는 여지 남겨

[이종길의 영화읽기]'꿈의 공장' 할리우드의 허상을 꼬집다 영화 '헤일, 시저!'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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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황금 테두리 안에서 포효하는 사자. 위에는 라틴어가 적혔다. '예술을 위한 예술(ars gratia artis).' 미국 영화제작사 메트로골드윈메이어(MGM)의 좌우명이다. 고상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아니다. 현실의 복잡함과 고통 대신 환상을 주겠다는 할리우드의 '탈현실 선언'이다. 다짐대로 그들은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장르의 흥미와 호소력에 치중했고, '사랑은 비를 타고(1952년)' 등을 만들어 뮤지컬영화의 명문이 됐다.

코엔(에단ㆍ조엘) 형제의 영화 '헤일, 시저!' 속 캐피틀 픽쳐스는 누가 봐도 1950년대의 MGM이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듯 제작 과정을 분업화, 표준화해 영화를 마구 찍어낸다. 영화사가 떼돈을 벌고 배우들이 스타로 부상하면서 할리우드는 '꿈의 공장'으로 불린다. 코엔 형제는 꿈보다 공장에 주목한다. 당시를 낭만적으로 그리는 듯 하지만 반복되는 노동과 스튜디오 시스템의 허위를 꼬집는다. 결론은 믿음이 부재한 조직이다.


[이종길의 영화읽기]'꿈의 공장' 할리우드의 허상을 꼬집다 영화 '헤일, 시저!' 스틸 컷

주인공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는 캐피톨 픽쳐스의 제작부장이다. 기막힌 수완으로 MGM을 이끈 루이스 B 메이어와 동명 프로듀서 에디 매닉스가 연상된다. 그는 틈만 나면 시계를 본다. 촬영장의 다양한 골칫거리를 해결하느라 매일 철야근무다. 작업공정의 압박에 시달려 스태프와 배우들을 채찍질한다. 스튜디오에서는 '헤일 시저!', '조나의 딸', '흔들리는 배', '즐겁게 춤을', '게으른 달' 등의 제작이 동시에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생긴다. '헤일, 시저!'의 주인공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은 납치되고, 곡예사나 다름없는 호비 도일(엘든 이렌리치)은 첩보수사극에 긴급 투입돼 '발연기'를 한다.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편집기사는 스카프가 편집기에 끼어 목이 졸린다.


하지만 대중은 배우들이 그들과 다른 세상에서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스튜디오는 자신들의 상품이나 다름없는 배우들에게 가공의 이미지를 입히고 이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한다. 영화에서 매닉스가 디애나 모란(스칼렛 요한슨)의 임신 사실을 은폐한 것처럼. 모란은 '백만달러 인어(1952년)'로 스타덤에 오른 에스더 윌리엄스나 다름없지만 스크린 밖 행적은 로레타 영을 떠올리게 한다. 클라크 케이블의 아이를 비밀스럽게 낳았다가 다시 입양했다.


[이종길의 영화읽기]'꿈의 공장' 할리우드의 허상을 꼬집다 영화 '헤일, 시저!' 스틸 컷


코엔 형제는 당시 할리우드에 불어 닥친 매카시즘의 허위성도 지적한다. 납치된 휘트록이 눈을 뜬 곳은 로스앤젤레스 말리부 해변의 별장. 작가와 감독 열 명에게 둘러싸인다. 반미활동 조사위원회의 청문회에서 답변을 거부해 할리우드에서 추방당한 달튼 트럼보 등 '할리우드 10'이 떠올리게 한다. '공산주의자' 딱지가 붙은 이들의 대화 주제는 사회주의가 아니다. 할리우드의 불합리한 처우와 표현의 억압에 대한 불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 성격이 짙은 인물은 '흔들리는 배'에 해군으로 출연하는 버트 거니(채닝 테이텀)이다. 해변에 나타난 사회주의 국가의 잠수함에 탭댄스 하듯 사뿐히 오른다. 그러나 휘트록의 몸값이 든 가방을 놓치고 애완견만 품에 안고 사라진다.


말리부 해변 한복판에 잠수함이 나타나는 대담한 설정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 언제든지 사회주의 이념이 부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최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선전하는 버니 샌더스는 자신을 민주 사회주의자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과 노동자의 문제에 열정을 보인다. 이 영화의 주연배우 클루니는 지난달 3일 가디언에 "샌더스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미국에선 다뤄지지 않았던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정치적 주제를 토론하고 있다"고 했다. 코엔 형제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거니를 추종하는 조직의 이름을 '미래', 애완견의 이름을 식비의 경제지표 '엥겔지수'를 연상케 하는 '엥겔'이라고 지었다.


[이종길의 영화읽기]'꿈의 공장' 할리우드의 허상을 꼬집다 영화 '헤일, 시저!' 스틸 컷


휘트록은 미국 판타지의 전유물인 서부극의 스타 도일에 의해 구출된다. 그리고 매닉스에게 어설프게 공산주의를 설파하다가 따귀를 맞는다. "다시 스타로 돌아가." 행복을 생산하는 노동으로 일컬어지는 영화는 다시 스타로 인해 보증되고 완벽해진다. 대사를 하다가 NG를 내도 다시 찍으면 그만이다. 코엔은 이런 장면들을 통해 할리우드에 일침을 놓는다. 휘트록은 '믿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고, 도일은 "당신은 좋겠군. 단순해서"라는 대사에서 애를 먹는다.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되는 쌍둥이 기자(틸다 스윈튼)에게 약점을 잡힐 때는 매카시즘으로 엮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매닉스는 고해성사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도 할리우드를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텔레비전의 공습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돌파구는 별다르지 않다. 그가 일군 스타시스템. 이는 여전히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영화산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선견지명은 겨우 돌아오는 집에서도 돋보인다. 야구를 하는 아들에게 계속 유격수를 강요한다. 비교적 가벼운 경쟁으로 투수만큼 높은 연봉을 챙길 수 있는 자리다. 할리우드에 남는 이유는 한 가지 더 보인다. 그는 데이비드 린처럼 따끔하게 연기를 지도하는 로렌스 로렌츠(랄프 파인즈) 감독의 진정성을 닮고 싶어 한다. 일생 동안 40~50편을 만드는 환경에서도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 아닐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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