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삼성물산 등 도로·철도 대규모 SOC사업 잇단 수주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건설사들이 싱가포르에서 대규모 공사를 잇달아 따내고 있다. 특징은 플랜트가 아닌 도로와 철도 등 토목 SOC사업이라는 점. 국내·외 경기 불안과 저유가 여파 속에서도 전 세계 선진 건설업체의 각축장인 싱가포르에서 전체 지하철 공사 물량의 상당수를 확보했다는 점도 남다르다. 향후 발주될 공사를 추가로 수주할 가능성도 높아 해외수주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GS건설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1조7000억원 규모의 빌딩형 차량기지 공사 T301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22일 밝혔다. 차량기지 공사 중 세계 최대 규모이며 최초의 빌딩형 차량기지 공사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남동부 창이공항 인근 32만여㎡ 땅에 85량의 지하철과 815대의 버스를 수용할 수 있는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을 짓는 공사다. GS건설은 현지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일본·중국 업체를 눌렀다.
GS건설은 이번 프로젝트 수주로 부지조성 공사를 포함, 총 2조원이 넘는 차량기지 프로젝트를 단독 수행하게 됐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에서 수주한 금액이 총 3조2000억원(7개 프로젝트)에 이르게 됐다. 앞서 진행한 C911 프로젝트의 준공을 6개월 단축시키는 등 발주처와 신뢰를 쌓은 게 추가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연임된 임병용 사장은 최근 6개월 동안 싱가포르를 세 차례 방문하는 등 수주에 총력을 기울였다. 임 사장은 지난해 12월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가 참석한 다운타운라인2 개통식에 특별초청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LTA가 주관하는 안전 교육 과정에 직접 참석, 안전에 대한 최고 경영층의 의지를 보여줬다. 이 같은 노력으로 GS건설은 현재 가장 많은 LTA 공사 현장을 갖고 있다.
임 사장은 "싱가포르 지하철 최대 프로젝트 수주는 그 동안 GS건설이 여러 지하철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 정부에게 당사의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인정받고 신뢰를 쌓아온 결과"라면서 "싱가포르 정부에게 받은 신뢰에 부응할 수 있도록 성공적인 공사 수행으로 GS건설, 나아가 한국 건설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도 737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지하철 톰슨라인 T313구간 공사를 수주했다. 싱가포르 동남부 시린 지역을 연결하는 지하철 공사로 1200m의 지하터널과 정거장 1개소를 건설한다. 삼성물산도 싱가포르 지하철공사 7건과 고속도로 공사 2건을 앞서 수행하며 쌓은 신뢰와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공사계획, 설계 등을 발주처에 제시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GS건설과 삼성물산 외에서 국내 업체들은 싱가포르 수주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특히 도심을 관통하는 다운타운라인 2~3라인의 28개 건설현장 중 11개를 국내 업체가 따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쌍용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톰슨라인 남쪽 동부해안을 연결하는 1.78㎞ 구간의 3000억원짜리 공사를 따냈다.
건설업계는 싱가포르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현재 178㎞ 길이의 도심 지하철을 2030년까지 360㎞로 대폭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싱가포르 정부 발주 공사에는 일본과 중국, 유럽 등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전 세계 국가 건설사들이 모두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경쟁을 뚫고 수주에 성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사 수행 과정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어 향후 개발도상국들의 SOC 공사 수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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