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주거 개선 봉사 '사랑의집수리' 대표 박은경
봉사자 900명, 매주 토요일마다 활동
한부모ㆍ탈북민 등 총 580가정 도와
올해 서울ㆍ경기권 넘어 대상지역 확대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집은 삶이 시작되는 근원적인 공간입니다. 휴식과 보호, 재충전 그 이상의 의미가 있죠. 모든 이들의 집이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차별받거나 훼손되지 않고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이웃들이 도와야 합니다."
올해로 12년째 집수리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단체 '㈔사랑의집수리' 박은경 대표(49)의 바람이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과 맞물려 세간의 주목을 받은 빈곤가정의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주거환경은 단체가 개선시키고 싶은 분야 1순위다. 단체는 '모든 사람의 삶 자리는 거룩한 공간'이라는 비전을 밑거름 삼아 2005년 안양지역에서 첫 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시민들의 후원과 재능기부, 자원봉사로만 총 580여 가정에 도움을 줬다. 올해는 서울과 경기도권내로 한정됐던 봉사지역을 더 넓히고 더 많은 기관과 협력해 집수리봉사가 전국적으로 더 활발하게 전개되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16일 박 대표는 "내달 말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의 농가 가정을 시작으로 집수리활동이 확장되는 계기를 만들어보고자 한다"며 "비슷한 활동을 구상하는 모든 단체에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협력해 우리사회에 자발적인 집수리봉사 문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체가 손길을 뻗는 대상은 주로 주거공간이 열악하고 자력으로 집수리를 하기 어려운 빈곤가정이다.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 독거노인가정, 다문화가정, 탈북민가정 등으로, 수년 전부터는 심리정서적인 장애를 지닌 구성원이 있는 가정도 그 수가 부쩍 늘었다. 옷과 생필품 지원은 다양한 반면 주거공간에 대한 정부의 서비스가 부족한데, 이러한 환경에서 오래 생활할 경우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여러 가지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단체는 분석했다.
박 대표는 "이 분들의 주거환경은 주로 반지하이며 습기로 인한 곰팡이와 악취가 심하고 벽지와 장판은 물론, 옷장과 싱크대 등 생활가구도 파손되거나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보조금을 받는 경우라도 생계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신체적 질환까지 겹친 경우엔 주거환경이 더 열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집수리봉사가 진행되는데 총 수리건수는 연간 40~50회, 참여 봉사자만 900여명에 달한다. 월 정기후원자는 1000여명으로 연간 누적 후원금은 1억6000여만원 정도다. 특히 도배와 장판, 페인트 작업 등이 중심이었던 초창기와 달리 '한국건축시공기능장협회' 등의 단체를 비롯해 가구, 정리, 미장 등에서 관련 업체의 협력이 활발한 것도 보람으로 꼽는다.
박 대표는 "집을 수리할 때는 먼저 해당 가정의 생활 전반을 살핀 후 조명과 공기 질 등 친환경적인 수리방법으로 작업을 한다"며 "집수리가 끝난 뒤 가족들의 환한 표정을 볼 때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선의로 이뤄지는 봉사는 대상가정으로 하여금 이웃과 사회를 향해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열악한 환경이 주는 답답함과 고립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느껴지는 활기를 통해 가정 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만큼 더 깊은 지지와 관심이 지역사회에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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