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사육’ 70대 부친, 암매장된 채 발견…상해치사 끝까지 부인한 아들 징역 7년 확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어떤 공무원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내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
40대 중반의 김모씨는 2014년 11월 부친을 잃었다. 부친은 거주지 인근 밭둑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유력한 용의자는 아들인 김씨였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 때문에 부친이 숨졌다는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공무원의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김씨 주장은 사실일까. 김씨가 정말 억울하다면 사건 전개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었다. 이번 사건이 복잡한 성격을 지닌 이유는 김씨의 ‘병’ 때문이다. 김씨는 정신분열병(조현병)을 앓고 있다.
그는 2005년 11월, 2008년 5월, 2012년 8월 병원에서 정신분열병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정신질환을 지닌 아들은 부친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일까. 그의 주장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거꾸로 김씨가 자신의 병 때문에 억울한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닐까.
사건을 백지상태에서 살펴보면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70대 중반인 김씨 부친은 지방에서 개를 사육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김씨 부친은 컨테이너 안에서 거주했다. 여러 마리의 개를 기르는 관계로 외부인들은 컨테이너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김씨 부친 거주지 주변에는 중학교가 있다. 그곳 CCTV를 분석한 결과 중학교 학생, 농민을 제외한 이들은 거주지 주변을 오간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 주장처럼 이름을 알 수 없는 공무원 등 외부인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씨는 부친이 기르던 개와 재배하던 농작물을 팔자고 제안했다가 거절하자 수차례 부친을 폭행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김씨 부친의 죽음은 결국 김씨의 행동 때문일까.
김씨 부친이 어떻게 숨지게 됐는지 뚜렷한 목격자는 없는 상황이다. 유력한 용의자인 김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김씨가 사건 이후 보여준 행동과 여러 증거는 이번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내는 중요한 정보였다.
김씨 부친이 보이지 않자 주변 인물들은 부친을 찾기 시작했다. 아들인 김씨에게 부친의 행방을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대답했다. 김씨는 아버지를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김씨는 부친의 밭에서 몰래 무와 배추를 뽑아 손수레에 싣고 가 이를 처분했다.
아버지가 없어졌는데 찾기는커녕 몰래 그의 물건을 몰래 처분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부친 거주지 인근의 다리 아래에서 노숙하면서 생활했다. 사건이 발생한 전날 노숙생활에 대한 문제 때문에 김씨 부자(父子)가 다투는 것을 들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김씨가 범인으로 지목된 결정적인 계기는 담배꽁초에서 발견된 그의 ‘DNA’ 성분이었다. 암매장된 채 발견된 김씨 부친의 시체 밑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담배꽁초에는 김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김씨 부친이 거주하던 컨테이너에도 증거는 있었다. 김씨 부친의 점퍼에 흩날린 혈흔에서 부친의 유전자가 발견됐다. 바지에 묻은 혈흔에서는 김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김씨 부친의 얼굴뼈는 골절된 채 발견됐다. 김씨는 존속살해(인정된 죄명 존속 상해치사),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부친을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뒤 시체를 유기한 혐의였다.
1심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살해의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김씨의 폭행으로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점에서 ‘존속 상해치사’ 혐의가 인정됐다. 법원은 “자신의 아버지인 피해자 얼굴과 몸을 수회 때려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죄질이 중하고 윤리적으로 용인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가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김씨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지만, 담배꽁초에서 발견된 DNA는 패륜(悖倫)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해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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