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이 올 봄 첫 메인 경매행사에서 고려 불상을 비롯한 다양한 불교미술품과 천경자·김환기 작품 등 굵직한 근현대 회화 작품을 내놓는다.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철조석가여래좌상(鐵造釋迦如來坐像)'이 경매 시작가 22억원에 등장하며, 천경자 그림 '정원'이 추정가 13억~20억원, 김환기의 '창공을 날으는 새'가 추정가 12억~18억원대에 나온다.
◆20억대 고려불상…불감·불화 등 불교미술 선보여 = 서울옥션은 이번에 불교미술품을 주요하게 선보인다. 이 중 고려시대에 제작된 '철조석가여래좌상'이 경매 시작가 22억원의 고가에 출품된다. 이 작품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151호로 등록돼 있다. 철로 제작된 '철불 좌상'으로 크기는 88x56x112.5(h)cm다. 불상의 도상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는 ‘편단우견’에 ‘항마촉지인’의 자세를 취했다. 이 같은 도상은 대체로 석가모니를 의미한다. 편단우견 향마촉지인 도상을 한 사례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전 보원사지나 하남시 하사창동 출토 철불좌상의 전통으로 거슬러 올라 갈 수 있어, 통일신라시대 석굴암 본존상의 전통을 잇는 작품으로 해석된다. 단아한 이목구비의 표현과, 당당한 신체, 과감한 옷자락 처리 등에서 제작자의 뛰어난 기량을 확인할 수 있다.
승려들이 법당을 떠나 어디서든 예를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불감'도 출품된다. 일제 강점기 때 해외로 유출됐다가 최근 국내에 환수된 작품이어서 의미가 더욱크다. '목조수월관음보살 불감(木造水月觀音菩薩 佛龕)'으로, 신라 문무왕 16년에 창건된 운흥사에 봉안된 것이다. 운흥사는 사명대사가 6000명의 승병을 거느리고 왜군과 싸웠다는 조선 최고의 불화 화승 의겸 스님을 배출한 사찰이다. 이곳에서 조선 현종 재난시기에 제작된 수월관음신앙의 걸작인 이 불감에는 복장유물 또한 온전하게 보관돼 있어 제작시기와 제작자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발원문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1670년, 조각승 혜정, 사미, 인화 등이 제작한 것이다. 추정가는 6억~10억원.
이외에도 불교의식에 쓰인 '법고대'와 불화 두 점이 나온다. 북과 좌대로 구성된 법고대는 예를 드리거나, 대중에게 크고 작은 일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로 사용됐다. 이번 작품은 사자상 위에 연꽃받침이 있는 법고대와 법고가 한 조를 이룬다. 추정가 4억~6억원. 불화로는 '제석, 천룡도'와 '적상화금강, 십이지신도-오신'이 나오며 각각 추정가 1200만~2000만원, 800만~1500만원이다.
서울옥션은 오는 16일 오후 4시부터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경매를 개최한다. 약 100억원 규모, 199점이 출품된다. 프리뷰는 부산, 서울 강남, 평창동 세 곳에서 진행한다. 불교 미술품 외에도 청전 이상범의 그림 '영막모연' 등 고미술 회화와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나온다.
◆김환기 '창공을 날으는 새'·천경자 '정원'= K옥션에서는 김환기, 천경자, 박수근 등 근현대 구상작가들, 이우환, 권영우, 정창섭, 정상화, 박서보 등 단색화를 포함한 추상작가들의 수작을 두루 선보인다. 특히 천경자의 '정원'과 김환기의 '창공을 날으는 새'는 과거 K옥션을 통해 거래됐던 리세일 작품이다.
추정가 12억~18억원에 나온 '창공을 날으는 새'는 1958년 김환기 화백의 파리시대(1956~1959) 대표작이다. 달을 배경으로 푸르른 무한 공간을 날아가고 있는 새를 표현했다. 그는 달, 학, 매화, 조선시대 백자 등 전통적 소재를 화폭에 담아 한국적 미의 원천을 찾으려 했다. 이 작품의 상단과 하단에는 리드미컬한 색점이 화면에 생기를 더하며, 이 색점들은 뉴욕시기의 점묘화로 발전하게 되는 근거가 된다. 이 작품은 2011년 6월 여름경매에 출품되어 7억원에 경매를 시작, 수 차례의 경합 끝에 9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김 화백이 자신의 파리 유학시절 학비를 지원해 주었던 후원자에게 감사의 뜻으로 파리에서 귀국 후 직접 전달한 작품으로 약 50년 만에 경매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후 약 5년만에 다시 경매에 출품되어 눈길을 끈다.
천경자의 '정원'은 2007년 9월 K옥션 가을경매에 출품되어 11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수성이지만 마치 유화를 그리듯이 끊임 없는 붓의 중첩에 의해서 은은하게 비쳐 오르는 중간색의 미묘한 색감을 이용해 모호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작품으로 작가의 뛰어난 색채 감각과 파스텔톤이 단연 돋보이는 1960년대 수작이다. 추정가는 13억~20억원이다. 천경자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작품은 '초원Ⅱ'로 2009년 K옥션 경매를 통해 12억원에 낙찰됐다. 이번 출품작이 팔릴 경우 약 7년만에 천경자 작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K옥션이 오는 9일 오후 5시,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경매를 개최한다. 172점, 약 101억 원어치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번 경매에는 '추사 김정희 특집'이 마련돼 추사의 글씨 작품 다섯 점을 포함, 그에게 영향받은 석파 이하응, 우봉 조희룡, 학산 윤제홍, 청장관 이덕무 등 다양한 서예작품이 나온다. 또한 석봉 한호의 다양한 글씨를 모아 놓은 서첩 '석봉서 3권'도 만나볼 수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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