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1969년 이래 47년 만에 부활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ㆍ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이 각종 기록과 어록을 남긴 채 2일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가비상사태'라는 임의판단으로 정부ㆍ여당이 요구하는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지 9일 만이다.
이날 오전 8시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마지막 주자로 무제한토론을 진행 중이다. 약 181시간 째다.
이는 2011년 캐나다 새민주당(NDP)의 58시간을 넘어선 세계 최장 기록이다.
더민주 정청래 의원은 국내 개인 최장 기록(11시간39분)을 세웠다.
이 원내대표와 정 의원을 포함해 그간 38명의 야당 의원들이 무제한토론에 참여했다.
더민주 신경민 의원은 무제한토론 중 이 제도가 새누리당의 공약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새누리당) 홈페이지의 공약집을 확인해보라"고 말해 한 때 새누리당 홈페이지를 마비시켰다.
새누리당은 무제한토론 내내 "야당이 국회를 마비시켰다"고 성토했다.
무제한토론에 나선 다수의 의원은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에 오르며 이른바 '필리버스타'로 등극했다.
당으로부터 사실상의 공천 배제 통보를 받은 더민주 강기정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테러방지법으로) 국가정보원의 도감청 권한이 막대하게 강화되면 그 피해자는 야당 의원들만 되겠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서기호 의원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순 없다"면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민 가고 싶은 나라가 됐느냐"고 말했다.
서 의원은 무제한토론 직후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무제한토론에 나선 야당 의원들에 대한 거센 비난과 항의로 도마에 올랐다.
김용남 의원은 더민주 은수미 의원에게 "그런다고 공천 못 받는다"는 말을 내뱉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더민주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과의 설전 끝에 '퇴장경고'를 받는 소동을 빚었다.
이번 무제한토론은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을 그간의 정쟁 수준이 아닌 '민주주의 학습'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4000명 넘는 시민이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무제한토론을 방청했고 무제한토론을 중계하는 국회방송은 인기 예능프로그램 이름에 빗댄 '마국텔(마이국회텔레비전)'이란 별칭을 얻으며 인기를 모았다.
한편 더민주는 전날 밤 긴급 의원총회에서 격론 끝에 이 원내대표를 끝으로 무제한토론을 끝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무제한토론에 호응하는 여론과 별개로 총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기라도 하면 심각한 역풍에 마주할 수 있다는 판단 등이 작용한 결과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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