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업체 22명 중 14명 잘려...7명 둔 기업은 6명 내보내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발표 이후 그곳에 주재해있던 근로자 대부분이 권고사직 했습니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근로자들이 오히려 회사에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도록 퇴직 처리를 빨리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입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우리 기업들과 근로자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영세한 규모의 섬유봉제업체와 남측에는 본사만 두고, 개성공단에만 공장을 둔 기업들을 중심으로 권고사직 형태의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섬유봉제업체 M사의 경우 개성공단에 주재해있던 근로자 7명 중 6명은 이미 권고사직을 했다.
M사의 서성길 관리실장은 "지난 10일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발표한 지 사흘만에 주재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 80%도 권고사직서를 썼다"고 말했다.
여성복과 아웃도어 의류를 만들어 납품하는 M사는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다. 2004년부터 공장을 가동해 북한 근로자 780여명을 두고 1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물건을 만들 설비도, 공장도 없는 다. 당장 내다 팔거나 납품할 재고도 없는 상황이다.
개성공단과 서울 본사를 포함해 이 회사 근로자 22명 중 14명이 이미 권고사직을 당했다. 이 곳 근로자들은 권고사직을 당하면서도 항변도 하지 못했다.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엔 서른 안팎의 청년들이 많았다.
서성길 관리실장은 "회사는 개성공단 문이 열리면 다시 복귀시키겠다고 하는데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문구업체 지에스아트라인의 홍재왕 공장장은 "기업들의 피해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은 알지만 메스컴이나 정부 발표 어딜봐도 근로자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홍 공장장은 "개성공단에 근무하던 근로자 중 상당수가 이미 사표를 썼고, 사표를 종용하는 기업들도 있다고 들었다"며 "아무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왜 사표를 써야하는 지 엄청나게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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