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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자활엔 밥 한끼보다 '인문학' 강좌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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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운영 노숙인 인문학과정 '성프란시스대학', 17일 11기 졸업식 개최....178명 수료생 중 대부분 '노숙인' 탈출 성공..."인문학 통해 삶의 희망 찾아"

노숙인 자활엔 밥 한끼보다 '인문학' 강좌가 낫다 노숙인 대상 인문학 강좌 성프란시스대학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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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너무 게으르고 안이하고 나태한 내 자신이 싫다. 하지만 인문학은 나를 다시 볼 수 있는 계기였다. 다시 없는 행운이었다. 다시 한 번 '미친듯이' 살아보자!".


우리나라 최초의 노숙인 대상 인문학 강좌 '성프란시스대학'을 졸업한 한 노숙인의 다짐이다.

서울시가 성공회대학교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노숙인 인문학 강좌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강좌를 수료한 노숙인들의 대부분이 노숙 생활을 청산하고 취업 등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시에 따르면, 11년째 운영되고 있는 성프란시스대학을 수료한 노숙인은 총 178명으로 이중 취업에 성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가 91명에 이른다. 또 135명이 일정한 주거지를 확보ㆍ유지하면서 노숙인 신세를 벗어났다. 8명(이상 중복 집계임)도 귀향하거나 가족과 결합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성프란시스대학은 2005년부터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가 성공회대학교와 함께 운영하기 시작해 이날 오후에도 경기도 부천 성공회대학교 성미카엘 성당에서 11기 수료식을 갖고 1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난 11년간 178명의 노숙인들이 성프란시스대학을 수료했다. 그동안 246명이 인문학 수강을 통한 재활을 시도했는데, 이중 72.3%가 끝까지 수업을 들어 수료증을 받았다.


미국 얼쇼리스 교수가 가난한 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인문학 과정 '클레멘트 코스'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현재 코닝정밀소재(옛 삼성코닝정밀소재)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통해 11년째 운영 중이다.


무료급식이나 잠자리 제공 같은 물질적ㆍ경제적 차원의 실시적 지원을 넘어 노숙인들이 자존감 회복과 성찰을 통해 자립, 자활할 수 있는 근원적인 계기를 마련해주겠다는 의도다. 노숙인들은 이 대학에서 1년간 철학, 문학, 글쓰기, 예술사, 한국사 등을 배우고 다양한 문화체험과 현장 학습프로그램도 병행하면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다진다.


그리고 실제 노숙인들은 단절됐던 교육 기회를 다시 제공받으면서 학습과 통찰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변화 성장시키는 힘을 키워 재활과 자립에 성공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수료생들은 졸업 후에도 총동문회 모임을 만들어 인문학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풍물패(두드림), 산악회(메아리) 등 동아리를 만들어 취미ㆍ공동체 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사회적기업(두바퀴희망자전거)나 카페(문화공간 길) 등을 직접 만들어 자활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


여재훈(루가ㆍ신부) 다시서기센터 소장은 "노숙인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하루를 유지하기 위한 밥 한끼와 따뜻한 의복도 있지만 무엇보다 잠시나마 잃었던 자신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재인식하는 것"이라며 "성프란시스대학을 통해 노숙인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1년째 꾸준히 성프란시스대학을 지원하고 있는 강중근 코닝정밀소재 상무는 "인문학 과정이 이 사회에 다시 나아갈 소중한 발판이 되길 바란다"며 "성프란시스대학을 통해 수료생들이 새로운 목표를 갖고 사회로 다시 진출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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