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현재의 연 1.5% 수준에서 8개월째 동결됐다.
한은은 16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2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묶기로 결정했다. 작년 6월 0.25%포인트 떨어진 후 8개월째 동결 행보다.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대열 합류 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금리실험에 동참하기 보다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한국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엑소더스(대탈출)'를 막는 게 급선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국인의 셀코리아 움직임과 관련해 국내은행의 외화차입여건과 외화유동성 사정이 양호해 큰 문제가 없다는 게 한은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험ㆍ안전자산을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대형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고조된 북한발 리스크도 외국인 자금 흐름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최근 외환 및 금융시장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외국인 움직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 한은은 시장 상황이 비이상적으로 흘러갈 경우 안정화 조치 등을 통해 긴급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음에도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강세를 띠면서 금리인하 기조의 통화정책 효과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이끈 배경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도 여전히 문제다. 지난달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41조3000억원으로 한 달 동안 2조2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늘었다. 작년 12월(6조9000억원)보다 증가세는 크게 줄었지만 작년 1월 1조4000억원 보다는 8000억원 더 늘어 대출 증가세가 꺾였다고 보긴 힘든 상태다. 이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또 내린다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거론되는 가계 부채의 증가를 부채질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 일각에는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 등 경기회복이 부진한 양상이어서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경제 지표 악화추세가 1~2개월 더 지속된다면 금통위 내에서도 금리인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며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구조개혁,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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