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집단대출이 크게 늘어나자 은행들이 자체 심사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면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110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6개월만에 10조원가량 늘어 가계대출 증가의 주된 역할을 했다. 잔금 대출이 2조9000억원, 중도금 대출이 6조4000억원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아파트 분양 물량이 2000~2014년 연 평균 27만가구의 두 배에 가까운 50만가구에 이른 여파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 말 구두로 시중은행에 집단대출 승인 심사 강화를 요청한 이후에도 집단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집단대출이 크게 늘자 금융권이 집단대출에 대한 자체 심사기준을 더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주택협회는 은행들의 집단대출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협회 회원 건설사의 집단대출 거부나 보류 규모가 2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련 민원도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김모씨는 "집단대출로 아파트 분양 잔금을 치르려 했는데 입주 때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은행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며 최근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와함께 은행들이 개인별 소득 심사를 강화해 집단대출 금리를 차등화하면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민원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집단대출 등 가이드라인의 적용 예외 대상인 경우는 심사를 유연하게 하도록 은행권에 협조를 당부했다"며 "향후 당국이 감독에 나설 때에도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을 충분히 고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나서서 집단대출 건전성 검사까지 하는 분위기이다보니 은행들이 알아서 문단속을 하고 있다"면서 "개인 주택대출 뿐 아니라 집단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 기존 주택 거래와 분양 시장 모두 얼어붙게 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도 결국엔 분양받은 개인이 상환해야 하는 것이므로 개별적인 소득 기준을 파악해 개인별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규제하지는 않지만 은행들이 알아서 그런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집단대출 보증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1인당 보증한도와 건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보증기관인 주택금융공사는 이미 1인당 3억원, 2회로 제한하고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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