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코스닥 상장사 피엘에이가 한 해 매출의 1.5배에 달하는 규모의 공급계약을 해지해 투자자들에게 전날 하루에만 9%대 손실을 입혔다. 그런데 한 때 피엘에이의 최대주주이기도 했으며 현재 2대주주인 CS가 지난해 말 보유 지분을 집중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엘에이는 지난 13일 주식시장 마감 한참 뒤인 오후 6시께 지난해 11월 체결한 55억원 규모의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2014년 매출 37억원의 147%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시 다음날인 피엘에이 주가는 9.03% 하락해 1000원대가 무너지며 동전주 신세로 전락했다.
피엘에이 관계자는 "우리가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계약 상대방인 그린사이언스가 해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공시번복으로 피엘에이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공교롭게도 201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피엘에이의 최대주주였던 CS는 지난해 말 들어 별다른 이유 없이 피엘에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다. CS는 지난해 12월7일 5000주를 내다 판 것을 시작으로 8일 24만주, 10일 2만주 등 지난달에만 총 8차례에 걸쳐 465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특히 이 시기는 피엘에이 주가가 3개월 내 가장 고점인 1400원 대에 근접했던 때이기도 하다.
CS는 2012년 이후 3년간 단 한번도 피엘에이 주식을 처분한 적이 없다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만 총 31차례 주식을 매도해 보유지분이 기존 22.22%에서 현재 8.37%까지 줄었다. 이에 피엘에이 최대주주는 지난해 10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에이알렌트서비스로 변경됐다.
CS 관계자는 "우리도 현재 회사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 일부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며 "애초에 단순투자 목적으로 피엘에이 지분을 보유한 것이고 지난해 말까지 일부 지분을 팔겠다고도 예고했으며 공급계약 해지 사실은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고 해명했다.
피엘에이는 현재 자본잠식(자본잠식률 48.5%) 상태다. 재무제표 별도기준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올해도 손실을 내면 4년 연속 영업적자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영업손실 역시 2012년 19억5000만원, 2013년 21억5000만원, 2014년 51억4000만원,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도 36억원을 기록하고 있어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일부터 노조가 파업해 대전 사업장 전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증권사 한 스몰캡 담당 연구원은 "회사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대주주의 엑시트(투자회수)를 이해 못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공급계약 해지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를(공급계약 해지 가능성) 몰랐다고도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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