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 나눠 달라” 전화 딱 한 통...14일 오전 8시 쌀 300포 실은 트럭 도착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작년에 왔던 쌀 300포 올해도 잊지 않고 또 왔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 해 1500여만 원 상당의 쌀을 기부하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올해도 성북구 월곡2동주민센터에는 어김없이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20kg 포장쌀 300포대가 도착했다. 벌써 6년째로 지금까지 1800포 싯가 81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주민들은 6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나눔을 실천한 ‘한결같음’을 칭찬하고 있다. 한 두 해 이벤트로 예상했던 주민센터 직원들도 6년 동안 선행이 이어지자 감동을 넘어 자랑스러운 눈치다.
직원 모두가 새벽에 출근해 20kg 포장쌀을 나르는 대 전쟁을 치러야 하지만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힘을 내며 명절을 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짤막한 전화를 반기는 이유다.
이맘때면 월곡2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총동원 돼 쌀을 나르는 풍경이 몇 년 동안 반복되자 주민들의 호기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구경을 나왔던 주민 중 일부는 아예 팔을 걷어 올리고 쌀 나르는 것을 거들기도 한다.
천사를 따라 나눔을 실천하는 주민도 많다. 식당을 운영하는 우종순 씨는 쌀을 나른 후 아침을 먹기 위해 들른 월곡2동 직원들에게 “천사처럼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며 금일봉을 전달했다.
현병구 월곡2동장은 “기부천사의 선행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힘을 보태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는 등 도미노처럼 선행이 퍼지고 있다”며 쌀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기초수급자와 저소득 틈새가정 등에 골고루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동은 얼굴 없는 선행을 하고 싶다는 천사의 뜻을 존중해 추적(?)을 중단하기로 했다.
얼굴 없는 천사의 쌀을 전달받게 된 한 기초수급자 어르신은 “천사 덕분에 매년 명절을 든든하게 보낼 수 있어 고맙다”며 “천사 쌀을 먹어서 그런지 없는 형편이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고 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소외된 이웃들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고독감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많다”며 “월곡2동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 곁에 마음 따스한 이웃들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감을 줄 뿐만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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