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국내 주식시장이 연초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유독 혼자서만 잘 나가는 업종이 있다. 바로 연일 최고가 기록을 갈아 치고 있는 제약ㆍ바이오주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 주가는 13일 7300원(7.46%) 상승한 10만5100원에 거래를 마감, 사상 처음으로 10만원을 돌파했다. 52주 최고가 기록이다. 셀트리온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10만원을 넘은 것은 2005년 7월19일 상장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시가총액은 11조8166억원에 달해 코스닥 2위인 카카오(7조1995억원)와의 격차를 4조6000억원 이상으로 벌렸다. 셀트리온은 이날 오전도 추가 상승, 11만원선을 넘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29일 이후 단 하루만 빼고 연일 상승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투자열기가 뜨겁다. 관절염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복제의약품)인 '램시마'에 대한 기대감이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증권업계에선 2월 중으로 FDA가 여는 관절염 관련 자문위원회에서 램시마 판매 허가 여부에 대한 안건이 다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승인만 난다면 램시마는 미국 FDA가 허가한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로서 상당기간 독점적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술 수출 호재를 등에 업은 종근당이 주식시장에서 '제 2의 한미약품'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상승 랠리를 즐기고 있다.
9만6000원으로 2015년 거래를 마무리했던 종근당은 현재 주가가 15만원을 훌쩍 뛰어 넘은 상태다. 8일 장중에는 52주 최고가 18만6000원까지 찍었다. 올해 주가 상승률만 57.7%에 달한다. 종근당은 지난 5일 일본 후지제약공업과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게 주가 상승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8조원대 기술수출 계약 쾌거를 거두며 지난해 630%라는 기록적인 주가 상승률을 거두자 이를 지켜본 투자자들이 연초 신약개발 또는 기술수출 호재가 있는 제약ㆍ바이오 업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종근당을 비롯해 녹십자, 슈넬생명과학, 제일약품, 일양약품 등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인 상위 20개 종목 중 절반이 제약ㆍ바이오 관련주였을 정도다.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는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집중 포진해 있는 코스닥 시장의 규모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스닥 시총 상위 10위 종목 중 셀트리온을 비롯해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코미팜 등 총 4개사가 제약, 바이오주 상승 대열에 속해 있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를 견인해 온 전자ㆍ반도체ㆍ자동차업종 대기업들이 최근 실적부진으로 힘이 빠진 상황에서 매수세가 제약ㆍ바이오 개별종목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의 펀더멘탈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정부가 이 분야에 연구개발(R&D)를 집중한 성과가 한미약품에서 폭발했고 제2, 제3의 기업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에 고스란히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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