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1년 업계 상반기 현황 살펴보니
-67개 상장사 매출 증가율 5.7%로 반등…R&D 비중은 10.4%로 꺾여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약가인하의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지 1년,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은 늘었는데 연구개발(R&D) 비용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투자여력이 있는 상위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목표로 꾸준히 투자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17일 보건산업통계센터에 따르면 상장된 67개 제약사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5조3818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7% 증가했다. 약가인하 전후로 2%를 밑돌던 매출액 증가율이 다시 반등한 것.
지난 2009년 상반기 제약사들의 총 매출액은 4조2860억원에서 2010년 4조9090억원, 2011년 5조원, 2012년 5조910억원으로 해마다 성장했으나 매출 증가율은 15.9%, 14.5%, 1.9%, 1.7%로 확연히 둔화됐었다. 이를 두고 최근 2년간의 저성장 기조를 깨고 매출액 증가세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상위 10대 제약사의 매출이 2조459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49.2%)를 차지할 정도로 '상위 제약사 집중형 구조'가 견고해졌다.
연구개발비 비중도 상위 제약사들이 떠받쳤다. 지난 2009년 상반기 6.1%였던 매출액 중 연구개발비 비중은 계속 상승하다 지난해 상반기 12.2%로 정점을 찍은 뒤 올 상반기 10.4%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주요 제약사(11.2%)와 코스닥기업(17.5%)이 전체 평균을 웃돌며 체면을 세웠다.
절대액 기준으로는 셀트리온(753억원), LG생명과학(389억원), 한미약품(490억원), 녹십자(329억원) 등이 돋보였다. 각각 매출액 대비 52.8%, 19.1%, 14%, 9.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규모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신약이라는 달달한 열매를 목전에 두고 있어서다.
국내 제약업계가 본격적으로 신약개발에 나선 건 2000년대 들어서인데, 10여년이 지나며 각 업체별로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는 후보를 몇 개씩 보유하게 됐다. 신약개발의 특성상 후반기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투자액을 계속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약가인하 여파에도 남은 성과 단계까지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신유원 연구원은 "약가인하 이후 매출이나 수익성 성장이 양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연구개발비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시장 진출의 문을 넓히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환경상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상위 제약사들은 글로벌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해외로 나가려고 하지만, 지속적인 투자가 어려운 회사들은 연구개발에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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