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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만세' 뒤편에 쌓여가는 한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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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잃은 폐점 직원 수천명
풍전등화 신세 된 대표이사 자리
5년 시한부 구조에 콧데 높아진 명품

'면세점 만세' 뒤편에 쌓여가는 한숨소리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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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면세점의 '5년 시한부' 영업이 현실화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폐점 예정인 면세점 직원 수천명은 물론 국내 최대 면세점의 대표이사 자리까지 풍전등화 신세로 전락했다. 대외적으로는 국내 면세 시장의 기형적 구조가 부각되면서 럭셔리 브랜드만 '슈퍼갑(甲)'으로 치켜세운 꼴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전날 단행된 임원 인사를 통해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면세점의 이홍균 대표가 물러났다. 그의 퇴임은 최근 면세점 재입찰에서 서울 월드타워점 특허를 잃으면서 '책임론'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후임은 장선욱 대홍기획 대표다.


이홍균 대표는 1982년 롯데 공채 7기로 입사한 33년차 '롯데맨'일 뿐 아니라 그룹의 유통, 특히 면세사업의 궤를 같이해 온 산 증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당장 수장이 바뀌게 된 조직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내부 신임이 두터웠던 이홍균 대표의 사퇴 소식으로 지난주부터 조직원들이 술렁이는 분위기"라면서 "인천공항 면세점을 비롯해 해외진출과 매출성장 등의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당장 내년 상반기 매장을 접어야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 소속 직원들도 갈 곳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길게는 수십년 이상 본인의 특화 분야에 맞게 전문인력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특허 상실의 여파로 업무와 상관없는 계열사에 배치되거나 당장 다른 회사로 터를 옮겨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 악화 등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회에서는 뒤늦게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조기진화에 나섰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8일 면세점의 특허 심사 평가기준을 법률로 상향하고 특허기간을 5년에서 다시 10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5년이라는 제한 탓에 기업들의 투자의욕과 국제경쟁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국회법상 내년 2월까지 임시국회 소집이 가능하지만,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상적인 의정활동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8일 현재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안은 1만8483건에 달한다. 이제까지의 의안 처리 속도로 미뤄볼 때 1만건 이상의 의안이 폐기될 예정이다. 관세법을 포함해 당장 내년 총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개정안을 처리 우선순위에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2012년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해 2013년 1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관세법의 성과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슈퍼 갑(甲)'으로 끌어올린 것 뿐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사실상 개정된 법이 적용된 이후 특허의 주인이 대기업에서 또 다른 대기업으로 바뀌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특정 대기업에만 특혜가 주어진다'는 개정안 발의 당시의 명분이 무색하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재입찰에서 사업자는 롯데, SK 등 대기업에서 두산, 신세계 등 또다른 대기업으로 주인이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전문 조직이 와해되고 인력이 흩어지는 부작용만 낳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면세 시장이 흔들리면서 럭셔리 브랜드들의 요구사항이 더욱 까다로워져 갑이 슈퍼갑이 됐다"면서 "브랜드 유치를 담당하는 머천다이징(MD)팀 등 일선 직원들은 브랜드의 무리한 요구사항까지 수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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