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 '디폴트' 글로벌기업 최대
美 달러화 부채 부담 큰 신흥국 기업, 채무상환 능력 떨어져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는 기업이 신흥국 중심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 최대치에 도달한 글로벌 기업의 디폴트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동향센터는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 자료를 인용, 올해 들어 11월 중순까지 디폴트를 선언한 기업이 99개라고 밝혔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22개 기업이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최대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미국 기업이 62개로 가장 많았고 신흥국 기업 19개, 유럽 기업 13개, 캐나다·호주·일본·뉴질랜드 등에서 기업 5개 순이었다.
디폴트가 2009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는 국제유가의 급락과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유가가 급격히 떨어져 영업여건이 악화되면서 매출 감소와 과도한 부채 부담이 기업들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켰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저금리 기조에 맞춰 차입 규모를 늘려왔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무상환 부담이 커졌다.
특히 신흥국은 부채 누적이 심해 기업 디폴트 비율이 미국 기업의 디폴트 비율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신흥국의 하이일드 회사채(고수익·고위험 채권) 디폴트 비율은 3.8%로 미국(2.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신흥국의 디폴트 비율(0.7%)이 미국(2.1%)의 3분의 1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기업부채 규모로도 확인 가능하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신흥국 기업부채 규모는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5배 증가한 23조 7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신흥국 기업이 미 달러화로 표시된 채권 발행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이 내년에 상환해야할 금액은 6000억 달러이며 이 중 850억 달러가 미 달러화로 표시된 부채다. 최근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미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될 경우 신흥국 기업들의 채무 상환부담은 꾸준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연구원은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년에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반등 없이는 디폴트 발생 기업 수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고 전했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뿐 아니라 중국의 경기가 꾸준히 둔화되고 있어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분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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