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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몇살부터 노처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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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몇살부터 노처녀일까 이미연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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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우연히 TV 옛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이미연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몇 살일까, 찾아보니 1971년생이다. 결혼과 이혼을 겪은 뒤라지만, 그냥 고운 노처녀같다. 나이를 만난 뒤에는 되묻는다. "아니 벌써 그녀가 저렇게 많이 먹었단 말이야?" 이 마음을 뒤집으면 이 여인이 얼마나 '나이'를 잘 방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옛날 우탁이라는 고려 시인은 '나이'를 막으려고 가시를 쥐고 서 있었더니 백발이란 놈이 그걸 먼저 알고 쌱 돌아서 머리 위로 와 앉더라는 내용의 시조를 남겼다. 노화의 방어는 예나 지금이나 눈물겹지만, 그건 인간의 사정일 뿐 나이는 정확하고 비정하게 사람에게로 내려앉는다. 스타들이 얼핏 봐선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젊은 얼굴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선, 그녀들 모두를 불러놓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 모습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그래도 나이는 못 속이네 하는 기분이 든다. 눈에도 코에도 입에도 뺨에도 머리에도 나이가 들어앉을 틈이 없는데, 그 얼굴 어디선가 나이 냄새가 나니, 거 참 신기한 일이다.


노처녀에 대한 관점은 그냥 흥미거리일 뿐 아니라, 꽤 음미할 만한 사회학적인 함의를 담는다는 생각이 든다. 몇 살부터 노처녀인가. 여기엔 인간의 평균 수명과, 그 사회에서 차지하는 젊음의 '시장가격'같은 게 관계한다. 거기다가 결혼 연령과 독신 여성의 증가도 '노처녀'에 대한 관점을 조금씩 바꿔놓는다. 그런 복잡한 배경을 고려하는 건 사회학자들에게 맡기고, 내 생각을 말하자.

나는 서른 아홉살부터 노처녀라고 생각한다. 왜 그 나이부터는 '나이 든' 여자로 보이는지, 그건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아마도 결혼 적령기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마흔 살 신부는 내 눈에 조금 늙어보인다. 마흔 중반이면 그런 느낌이 확실해진다. 누군가에게서 들은 출산적령에 대한 기준도 내 '노처녀' 관점을 간섭하는 듯 하다. 그리고 내 눈도 갈수록 노처녀의 나이 기준이 고령화되어가는 것같다. 10년 전엔 서른 세살을 노처녀 기점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노처녀와 '노' 안붙는 그냥 처녀와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전자는 '생기'를 관리해야 하고, 후자는 '생기'가 저절로 자생하는 것이 차이라고 나는 본다. 화장품이 필요해지고, 노화를 은폐엄폐하는 수많은 스킬이 동원되어야할 필요가 생겨나는 나이, 그게 노처녀의 시점이다.


노처녀를 구분하는 나이를 말했다고 해서, 노처녀에 대한 관점까지 말한 건 아니다. 노처녀에는 나이에 대한 정보도 있지만, 시집을 가지 않았다는 또다른 정보가 있다. 결혼을 해야한다고 세상이 강권하는 나이에도 결혼을 하지 않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와 사연들이 있다. 못 간 경우와 안 간 경우는 큰 차이가 있지만, 요즘 들어 안 가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 꽤 많아졌다.


시집을 안가는 소신은, 삶의 자의식과 주체성에 맞물려 있다. 물론 사회환경도 그 결정에 작용하는 큰 변수다. 삶의 자의식과 주체성을 생각하는 나이. 여자 나이 서른 세살. 그 나이는 여자를 진짜 아름답게 하는 기점이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젊음이라는 '원색'의 매력이 아니라, 사유와 분별의 잔주름살이 조금씩 생겨나는 나이. 그 잔주름살은 '나만이 오직 높고 잘나야 하는 정점'이 아니라 약간 작은 봉우리에서도 만족을 찾는 겸허와, 비로소 타인의 존재를 눈여겨 바라보게 되는 '세상 인식'의 증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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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노처녀만 그러랴? 우리가 나이 든다는 것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읽어내렸던 책을 다시 읽을 때의 감동같이, 비로소 의미가 짚이는 삶의 맥락을 만난다는 의미이다. 물론 젊음은 아름다우며 우린 늘 그 젊음에 환상의 뿌리를 완전히 걷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처녀는 탱탱한 피부와 빛나는 맨입술로써 아름다운 게 아니라, 눈빛 속에 깃든 고요하게 타오르는 불빛 때문에 아름답다. 그 불빛이 환기하는 자의식과 세계 성찰 때문에 아름답다. '빨리 마흔 살이 되고 싶다'던 삼십대 초반의 한 여자를 기억한다. 왜 마흔 살이 되고 싶은가? 마흔 살이면, 어리석은 피가 식고 대신 세상을 향한 눈빛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기억도 난다.


물론 나이가 사람을 반드시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니다. 모든 건 자기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모두가 나이를 먹되 각자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먹는다. 젊다고 아름다운 것도 아니며 늙어간다고 아름다워지는 것도 아니다. 역으로 말하면 젊거나 늙거나 늘 아름다울 수도 있다. 여자 나이 서른 세살. 그것은 아름다움의 톤앤매너가 바뀌는 나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내 어설픈 생각일 뿐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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