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저는 (로스쿨을)갈 수가 없었죠. 대학을 나와야 하잖아요"
상고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영민(42) 변호사는 로스쿨만 있었다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사시가 사라지면 자기와 같이 가난했던 사람들은 법조인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가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온 때는 1999년께였다. 남동생과 여동생을 뒷바라지 하고 어머니 허락을 받아 퇴직금 1000만원을 받고 고시생활을 시작했다.
10년간의 고시생활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 과목을 과락하면서 떨어져 슬럼프가 왔었던 때도 있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너무 힘들었죠. 그래도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꿈을 버리지 않았던 이유는 사법시험에 나오는 응시요강 때문이었다. '연령불문' '학력불문' 응시자격에는 딱 두개만 적혀 있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시를 통해 법조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 변호사가 처음부터 법조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심장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때문에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철이 들며 가정형편상 불가능한 것을 깨달았다.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상고를 간 것도 경제적인 이유였다.
그러다 우연히 여자변호사가 나온 외화 미니시리즈를 보고 막연히 법조인을 꿈꿨다. 때 마침 고등학교 국사 선생님이 설명해준 '과거제도'에 대한 설명은 그를 전율케 했다. '신분을 불문하고 인재를 등용하는 제도'. 사시는 그에게 어느 시험보다 공정한 과거시험이었다.
조 변호사는 사시가 사라진 세상이 두렵다고 했다. 어떤 고관 자녀도 시험으로 평가받는 사시와 달리 로스쿨은 돈만 내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사시가 없는 세상은 돈 많은 사람만 법조인이 돼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사는 세상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 말을 꼭 해달라고 했다. "로스쿨은 장학금을 통해 사회배려자를 배려한다고 합니다. 사시는 가난하지만 실력있으면 돈 많은 사람 배려 없이 통과할 수 있습니다. 실력으로 당당하게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을, 가난했지만 꿈이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절대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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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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