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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이 불을 지폈다. 지금이 클래식 대중화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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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20주년 맞은 클래식 공연기획사 빈체로 이창주 대표 단독 인터뷰

"조성진이 불을 지폈다. 지금이 클래식 대중화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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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백소아 기자] "상위 1%를 위한 클래식 시장에서 벗어나고 싶다. 대중이 클래식의 본질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이어주는 게 빈체로(Vincero)의 역할이다."

클래식 공연 기획사 빈체로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이창주(61) 대표는 그 동안의 성과를 나열하는 대신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넓지 않은 시장에서 빈체로를 이끌고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흐름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 강한 문화 집단으로 성장시켰다.


빈체로는 한해 매출이 70~80억원에 달하는 내실 있는 기업이다. 직원 수는 열 명. 이 대표는 클래식으로 따지면 작은 실내악단을 이끄는 지휘자다. 훌륭한 연주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대중이 선호하는 오케스트라 기획에 특히 뛰어나다. 올해만 해도 베를린 방송교향악단(3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4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11월) 등 오케스트라 아홉 팀을 국내 무대에 올렸다. 오는 18일에는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이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연한다.

그런 빈체로가 '변화'를 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이 "클래식이 보통 사람들의 삶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시기"라 했다. 그는 지난 10월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데 매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우승은 음반, 공연계에 큰 동기를 부여했다. 쇼팽 콩쿠르 실황 음반은 발매되자마자 판매 순위 1위를 달렸고, 내년 2월 열릴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입장권은 한 시간 만에 매진됐다.



"조성진이 불을 지폈다. 지금이 클래식 대중화 찬스"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이창주 대표는 "국민 소득이 올라가고 문화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는데 사람들의 눈길을 끌 이렇다 할 클래식 이슈가 없었다. 그 와중에 조성진이 터졌다"고 했다. 그는 "조성진이 지핀 불씨가 타올라 국내 클래식을 성장시킬 것"이라며 "소수를 위한 클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빈체로의 직원, CEO, 홍보전략 등 모든 프레임과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주 대표에게 클래식은 세대를 잇는 천직이다. 그의 아버지는 우에노 음악학원(현 동경예술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작은할아버지는 이화여전(현 이화여대)의 피아노과 교수였다. 성악을 전공한 누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의 가까운 친구고 이 대표의 아내는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이 대표도 아버지에게서 피아노를 배웠고 첼로 연주는 취미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이 대표는 1982년에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얼마 못 견디고 뛰쳐나왔다. 1987년에 결혼한 다음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잘츠부르크 호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이듬해 공부를 마치고 독일에 가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클래식은 정해진 길이었고 빈체로 설립은 필연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빈체로의 방점은 '클래식에 친숙한 1%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소개하는 일'에 찍혀 있었다. 이는 '생존'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대표는 "돈 벌기를 내려놓고 생존을 목표로 잡으니 조금 쉬워졌다. 살아남으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 기회를 '대기업의 협찬'에서 찾았다. 티켓 판매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기업을 설득하려 발 벗고 나섰다.


이 대표는 '나라의 발전은 여러 국면에서 골고루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압축성장한 탓에 문화 발전에 있어서 부족하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업의 협찬은 '브랜드 이미지 상승'이라는 효과를 낳았고 협찬사는 5년 사이 두세 배로 늘었다. 빈체로의 공연은 티켓 판매와 협찬이 각각 50% 비중을 차지한다. 이 대표는 "협찬이 이제까지 해온 빈체로 전략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했다.


고비도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는 기업협찬이 모두 끊어졌다. 1998년에 클래식 공연 규모는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 클래식 공연기획사들은 줄줄이 파산했다. 예정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이 대표는 부동산을 모두 팔고도 3억 원이나 빚을 졌다. 그래도 무릎 꿇지 않았다. 각국 문화원을 방문해 국내에는 덜 알려졌지만 실력 있는 예술가들을 찾았다. 위기를 견디면서 좋은 공연을 계속했기에 관객의 신뢰가 쌓여갔다.


이 대표는 "처음 소개하는 단체가 사람들이 가진 기대감 그 이상의 공연을 선사할 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공연한 지휘자 파보 예르비를 예로 들었다. "파보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처음 내한했을 때만 해도 한국 관객은 그를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유명한 지휘자가 됐다. 그럴 때 보람이 있다. '한 번 들어보세요. 빈체로가 자신 있게 소개하는 거니까.' 관객의 기대감을 뛰어 넘는 공연들이 빈체로를 만들었다."


이제야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빈체로. 그럴수록 이 대표는 클래식이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원한다. 그는 "처음 클래식을 듣고 그 매력에 빠지는 관객을 여럿 봤다. 자신의 DNA 속에 있는 클래식에 대한 열망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조성진의 우승이 클래식을 확산할 기회라고 본다. 그러나 "스타 마케팅에 의존한 클래식 대중화는 올바르지 않다"고 선을 긋는다. 힘들어도 순수 클래식을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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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클래식 연주자와 관객이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장이 열리기를 열망한다. 그는 "일본의 대표적인 클래식 축제 '열광의 날'을 예로 들며 예술의전당 같은 곳을 통째로 빌려 오전부터 밤까지 음악제를 열고 싶다"고 했다.


"조성진이 불을 지폈다. 지금이 클래식 대중화 찬스"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사진=빈체로 제공)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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