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호]
여수애양병원의 100년이 넘는 휠체어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이 휠체어는 지금까지도 무릎수술 환자들의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만들어진지 100년이 지났지만 윤기가 흐르며 사용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고치기도 했으나 요즈음 생산되는 휠체어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여수애양병원의 역사를 지켜본 이 휠체어는 편견과 차별에 시달려온 한센인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일반인들이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주로 이용했다.
이 휠체어가 여수애양병원의 식구가 된 것은 1909년 일이다. 당시 미국 남장로회 선교회 소속 의료선교사 포사이트(Wiley H. Forsythe)씨는 길가에 쓰러져 있던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국내 최초의 나병원인 ‘광주나병원'(1911년 설립)이 광주광역시 효천면 봉선리에 들어섰다.
그러나 당시 이 마을은 상류층이 모여 살던 곳이어서 나병원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밀려났고 1927년 여수시 율촌면으로 옮겼다. 이 때 이 휠체어도 함께 왔다.
당시 7만7000원으로 논·밭 4만평을 사들여 공사를 시작한 뒤 나중에 10만평을 늘렸다. 시설이 완성되자 1928년 한센병 환자 600여명이 옮겨왔다.
이후 여수애양병원은 한센인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치료해왔다. 현재는 김인권 원장의 무릎관절 수술이 세계적으로 정평 나 있다. 무릎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다. 작년에 이곳에서 수술을 받은 사람이 3,800여명에 달하며 외래환자는 10만명이 넘었다.
이 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특권이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료 순서를 어김없이 지키되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우선시하는 원칙으로 운영된다. 100년이 넘는 휠체어가 아직도 환자들을 실어 나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싶다.
유광필 서무과장은 “이 휠체어는 우리 병원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조금씩 고치기도 하지만 이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 아주 오랫동안 병원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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