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물동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양항에 민간자본 24조원을 유치하고 일부 선석을 자동차부두로 전환한다. 기능 재편을 통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같은 '산업클러스터 항만'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부산항과 광양항을 물류 허브로 동시에 육성하겠다는 기존 투포트(양항) 정책의 실패점을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8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광양항 활성화 및 중장기 발전방안'을 보고했다.
광양항은 정부의 투포트 시스템 구축계획에 따라 대대적으로 개발됐지만, 실제 처리량이 개발 당시 추정한 물동량에 훨씬 미치지 못해 '혈세 낭비' 등의 지적이 잇따랐다. 연간 물동량이 컨테이너 환적기지의 자립가능 기준인 3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에 못 미칠 뿐더러, 올 들어서는 인천항에도 따라잡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항 30주년인 내년을 재도약의 해로 삼고, 여수석유화학산업단지, 광양제철소 등 인근 산업단지와 항만을 연계해 현재 100조원대인 배후산업단지 연간 생산액을 2025년 200조원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먼저 내년부터 총 24조원 규모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여의도 면적의 약 3배 규모인 율촌매립지를 산업·항만 클러스터로 조성한다. 묘도 준설토 매립지에는 신소재 산업 등 신성장산업단지를 유치한다. 24열 대형크레인 확보, 묘도 재개발, 준설 및 부두정비 등에 정부 재정 1조2796억원도 투입한다. 낙포 석유화학부두는 재건설하고, 여수산단 석유화학부두도 증설할 예정이다.
컨테이너 부두 4개 선석은 자동차 전용부두로 전환하기로 했다. 비어있는 부두의 활용도를 높이고 자동차 관련 신사업까지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광양항을 자동차 환적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수부는 현재 연간 126만대 수준인 자동차 물동량을 추후 200만대까지 늘려나갈 방침이다.
남재헌 해수부 항만정책과장은 "광양항을 벨기에의 쩨브뤼헤(Zeebrugge)항처럼 국제 자동차 환적허브로 육성하겠다"며 "물량 추이에 따라 (컨테이너 선석을)더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컨테이너 물동량을 확대하기 위해 선사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타깃별로 차별화해 지급할 예정이다. 300만TEU 달성까지 선박입출항료, 접안료 등 항만시설 사용료도 면제한다. 인근 여수항의 경우 카페리, 크루즈 인프라를 정비해 해양관광산업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장기 발전방안이 광양항을 부산항과 같은 물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기존 투포트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광양항은 컨테이너 물동량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제철, 자동차 환적 등 종합적인 기능을 갖춘 중요 거점"이라며 "2025년까지 광양항에 기반을 둔 산업단지의 연간 생산액이 200조원으로 증가되도록 적극 지원해, 광양항의 재도약이 국가경제 성장을 견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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