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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계 빚폭탄]연체율 0.4%의 함정…장부에 안 잡히는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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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폭탄…갚지 못하는 빚, 연체채권으로 털어내 장부엔 안잡혀, 연체율 함의 다양하게 봐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빚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연체율도 줄어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체율이 줄어든다는 것은 '빚을 잘 갚아나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금의 대출 상황을 '심지에 불이 붙어 있지 않은 빚폭탄'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연체율이 낮다는 것은 그 이상의 복잡한 함의를 갖고 있어 '불이 붙지 않은 심지'로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549조2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연체율은 0.4%(약 2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1개월 이상 원금 상환을 하지 못한 수치를 집계한 것이다. 실제로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12년 10월 0.95%를 기록했던 연체율은 2013년 10월 0.82%, 2014년 10월 0.65%로 하락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연체율이 갖고 있는 복잡다단한 함의를 주목한다. 연체율로 '관리 가능'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뜻이다.

우선 연체율은 은행들이 연체로 발생한 부실채권을 매각한 규모를 제외하고 있다. 갚지 못하는 빚을 부실채권으로 털어내기 때문에 연체로 잡히지 않는 악성부채가 상당하다. 지난해 10월 은행들의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1조3000억원을 기록했으나 올 들어서는 6월 4조원, 9월 2조8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가계부채센터장은 "은행들은 대손손실을 정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부실 대출채권을 털어내는데 그 결과 연체율이 낮아지는 착시현상이 발생한다"며 "연체율이 낮다고 가계부채를 위험하지 않게 보는 시각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강도 높은 대출 수급권이 연체율을 낮춘다는 해석도 있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연체가 발생하면 집이 담보로 넘어갈 뿐만 아니라 월급을 차압당하는 등 재산권에서 큰 제약을 받는다"며 "집이 담보로 넘어가면 그 이상의 대출 수급권이 발생하지 않는 미국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우리 금융 소비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소비를 줄여서라도 연체를 피하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연체율 자체가 '채무자'보다는 '채권자'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숫자여서 가계부실을 해석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이 가계부채를 '그레이스완'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레이스완은 나짐 니콜라스 탈레브 미국 뉴욕대 교수의 저서 '블랙 스완(Black Swan)'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마땅한 해결방법이 없어서 위험요인이 계속 존재하는 상태'를 뜻한다. 한 금통위원은 "어떤 해석을 하더라도 가계대출의 총량이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경제의 위험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연체율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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