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관계부처와 조율 쉽지않아 가이드라인 확정 못해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내년 1월부터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후속대책 시행을 앞두고 은행연합회가 내놓기로 한 가이드라인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가계부채 관리방안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지금까지도 가이드라인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해양부 등과 논의할 게 많아 가이드라인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20일 저녁 여신전문위원회에서 가계부채 대책 내용을 의결하기로 했지만 일정을 미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관계부처와의 협의 문제로 은행연합회에 발표를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지만 조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금융시장과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만 국토해양부는 부동산 경기와 가치,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를 1순위에 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토해양부는 부동산 규제 개선으로 시장에 활력을 부여했는데, 가계부채 대책으로 시장의 활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대출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 원금·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대출자들이 일제히 주택 매각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가 밝힌 가계부채 대책에 따르면 은행 대출 심사에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총 부채로 변경된다. 변동금리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때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해 규모가 제한되거나 고정금리대출을 권유받게 된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건설업 호조로 전기 대비 1.3% 성장하면서 5년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기획재정부가 가계부채 대책 카드에 고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가계부채 대책이 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달라는 뜻을 금융위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은행들이 일정하게 규제를 적용해 대출을 줄이는 것을 '담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연합회는 가계부채 대책 내용을 거의 준비해놓고 발표 날짜가 확정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 문제로 가계대책 발표가 늦춰지는 만큼 내용 자체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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