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천재소년'이라고 불렸던 송유근 군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내 최연소 박사가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송군은 논문 표절이 확인되면서 일순간에 체면을 구기게 됐다. 이를 두고 '최초', '최연소' 등의 수식어에 매달렸던 우리 사회의 조급함을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송군이 박사 학위 논문심사를 통과해 내년 2월 국내 최연소 박사가 될 것이라는 소식은 지난 18일 알려졌다. 하지만 하루 만에 표절 논란이 일었다. 지난 10월 '천체물리학저널'에 게재된 송군의 논문이 그의 지도교수인 박석재 박사가 2002년 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와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제기된 이번 논란은 박 박사가 표절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하면서 공방으로 번졌지만 결국 해당 저널에서 표절을 확인하고 논문 철회를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은 절차의 오류를 범한 것이니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인용만 제대로 했어도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텐데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었다.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응원도 눈에 띄었다.
이번 논문 표절 논란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의 진화다. 온라인의 집단 지성은 연예인의 열애 대상을 찾아내고 논란이 된 인물의 신상을 알아내는 수준에서 벗어나 박사학위 논문을 검증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한 것이다. 네티즌 수사대들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물리학 분야의 논문을 상세히 비교하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박 박사가 송군이 유도한 편미분방정식이 논문의 핵심이라고 해명하자 이 수식을 유도하는 과정을 자필로 써서 보여준 네티즌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네티즌 수사대가 일군 또 하나의 성과라고 하기에는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 네티즌은 "송유근이 아직 스스로 연구할 능력이 없는데 너무 일찍 학위를 주려고 하는 것 같다. '최연소' 타이틀에 집착한 욕심이 부른 참사"라고 했다. "최연소 박사 만들기라는 허울에 빠져 장래성 있는 소년을 망치는 느낌"이라고 적은 네티즌도 있었다. 송군은 여섯 살에 미적분을 풀고 여덟 살에 대학에 입학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열세 살에 석·박사 통합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송군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이는 드물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그의 천재성만을 주목했고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는 사이 그가 누리지 못했을 평범한 유년시절에는 무관심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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