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있는 미국 소매·유통업계가 여전히 불황의 한복판에 있다. 미국 경제가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도 좋을 만큼 회복 국면에 있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미국 대형 백화점 메이시스는 올해 전체 매출이 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은 이미 3개 분기 연속 감소 중이다. 지난 11일 발표된 3분기 매출액은 58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의 62억달러보다 줄었고 조정 주당순이익 역시 56센트로 1년 전 61센트 보다 낮아졌다.
또 다른 백화점 노드스트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드스트롬은 개선되고 있는 미국 경제지표와는 달리 소비자들이 아직 지갑 열기를 꺼린다고 판단하고 올해 전체 실적 전망치를 주당순이익 3.30~3.40달러, 매출 증가율 7.5~8%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3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1.3%, 11% 감소한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4분기 실적도 매출액, 순이익 모두 기존 전망치 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캐주얼 의류업체인 얼반 아웃피터스는 지난 3분기 매출액이 1% 증가하는데 그쳤다. 3.4% 늘 것으로 기대했던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모두 빗나갔다. 대형 의류 업체인 갭은 계속되는 실적 악화에 북미지역서 175개 매장 폐쇄 및 감원을 진행 중이다.
주식시장에도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미국 주요 소매업체 주가를 추종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소매산업지수는 지난주 8.5%나 하락해 2012년 5월 이후 역대 최악의 주간 성적을 냈다.
미국 소매·유통업계는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닷컴은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감안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를 평년 보다 이른 20일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미국 유통업체들은 통상 추수감사절부터 블랙 프라이데이까지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해 왔다. 아마존이 조기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나서는 것은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한 조치다.
도이체방크의 파울 트루셀 애널리스트는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미국 소매·유통업계 재고가 상당하다"면서 "1년 매출의 30%가 나오는 연말 쇼핑시즌에 업계가 대규모 할인 행사를 하면서 재고정리에 나설 예정인데 4분기 마진 축소로 이어져 실적 악화를 부추길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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