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일거리가 들어와, 주기적으로 글을 쓰게 됐다는 건, 무조건 반갑고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건 왜일까요. 따져 보니 두려움의 근원은 크게 둘입니다. 먼저 신문사 편집국을 떠난 지 꽤 됐기에 뉴스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는 겁니다. 출입처에 매일 나가는 것도 아니고 편집회의에 매일 참석하는 것도 아닙니다. 현장감 없이 신문에 글을 써야 하는 것이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 될까 저어됩니다. 그나마 다행은 지금 일하는 곳(아시아경제TV)에서 은행, 증권, 보험, 부동산 등의 자산관리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생산하고 있기에, 돈에 관한 이야기는 이따금 얻어 듣는다는 것인데, 수준 높은 독자 여러분의 기대에 미칠지 걱정입니다.
또 다른 두려움은(이게 결정적인데)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경제기자를 이십 년 넘게 했다고 하면(중간에 외도를 잠깐 했는데 거기서 한 일도 대동소이합니다) 경제를 좀 아는 걸로 오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민망하게도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면 뭐라도 축적되고 낙엽이 쌓이고 쌓이면 거름이 되듯, 아는 게 많아지는 게 당연할 텐데 제 경우 참 이상한 일이지만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그들이 뭘 물어봐도 답이 궁색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내년도 원ㆍ달러 환율은 어찌 될 것 같아요?" "...." "요즘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수출은 그렇다 치고 내수는 언제쯤 확 피어날까요. 이러다 일본 꼴 나는 거 아닌가요.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게 중요해 보이는데 정부가 방향을 크게 잘못잡고 있는 거 아닌가요." "...." "주가는 올라요? 아님 내려요? 어떤 종목을 사야 하나요? 금리는요? 아파트는 팔아야 하나요. 사야 하나요." "...." "내년에 선거가 있다는데, 판세분석을 어떻게 하세요? 누가 나오고 누가 될 거 같아요? 경제가 좋아지려면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이런 식인데, 한마디로 난감합니다.
돌아보면 한때 자신에 찬 시절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여기서 찔끔, 저기서 찔끔 주워들은 얄팍한 지식을 토대로 풍월을 읊어 댔던 것입니다. 정부나 기업, 금융회사에서 오래 일하신 높은 분들을 만나서 목소리 높여 쓴소리하고 거기에 더해 조언하고 질타까지 했던 것인데,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뿐 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A부터 Z까지, 낮이나 밤이나,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며 살아가기 마련인데, 밥이나 먹자고 가볍게 만난 문외한으로부터 아주 낮은 수준의 조잡한 아이디어나 얼토당토않는 터무니없는 조언, 맥락을 벗어난 난데없는 질타를 듣고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오십이 넘어서야 이런 반성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아직도 한참 모자란 것입니다.
사정이 이쯤 되면 저에게는 '무조건 반갑고 좋은 일'일지라도 글을 읽는 분들을 배려해 점잖게 거절하고 쓰지 않는 게 나을 터인데 '어쩌자고 덥석 하겠다고 했을까. 자칫 큰 망신만 당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이유가 하나 있으니, 돌직구 스타일로 답하면 '현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이야기를, 아는 척하지 않고(진짜 아는 게 없으니까) 모르면 모른다고 실토하면서' 쓰면 어떨까 생각한 것입니다.
변명삼아 덧붙이면 현장감 넘치는 기사와 지식으로 무장한 중후장대하고, 비분강개하는 글과 말들이 지상은 물론이고 온라인 공간에 이어 TV 화면에까지 이미 차고 넘치지 않는가. 그 많고 많은 콘텐츠 속에 더러 한눈파는 자도 섞여 들어가는 게 더 조화롭고 아름다운 세상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도 아니고, 다섯 주(정확히 따지면 삼십오일)에 한 번 꼴이면, 일 년에 열 번도 채 안되는데 그 정도야 어떨까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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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유로 글을 쓰게 됐으니 이따금 찾아뵙겠습니다. 이번에 '아는 게 없으니 아는 척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으니 다음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종인 아시아경제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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