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지난해 10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상하이발 발언 이후 수면 아래도 가라앉았던 개헌론이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은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개헌론 발언 배경을 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헌론에 다시 불씨를 당긴 건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다. 여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3선 의원인 홍 의원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헌이라는 이야기는 항상 국회 밑바닥에 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도는 이미 죽은 제도가 된 것 아니냐"며 "20대 총선이 끝난 이후에 개헌을 해야 된다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생각이고, 국민의 생각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며 개헌에 대해 언급했다.
홍 의원은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대통령을 맡고, 친박 인사가 총리가 되는 이원집정부제 구성에 대해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의 이원집정부제가 현재 5년 단임제 대통령보다 더 정책의 일관성이 있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여당내 비박(비박근혜)과 야당은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새누리당이 개헌을 하고 싶으면 정정당당하게 내년 총선 때 공약으로 제시할 일"이라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과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개입 발언, 홍 의원의 개헌 발언까지 보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제대로 심판해주지 않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꼬집었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공천권을 놓고 김무성 대표를 협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반발이 쏟아지자 친박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이 개헌을 이야기 할 때인가"라며 "지금은 경제살리기, 4대개혁, 청년일자리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때"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도 "(홍 의원의) 개인의견일 뿐 다수가 공유하거나 공감하는 의견도 아니거니와 그러한 논의 자체도 전혀 없다"고 개헌론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윤 의원은 "개헌 논의는 20대 국회에서 해도 충분하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친박계는 홍 의원이 언급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대해 상당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확실한 차기 대권 주자를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반기문 대통령과 친박 총리' 구상은 친박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라는 것이다.
친박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영, 유기준, 홍문종 의원 등 총리 가능성이 높은 다선 의원들이 많이 있지만 확실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을 만한 인물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원집정부제 개헌 뒤 이들 총리 후보군중 한명과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러닝메이트를 이뤄 차기 대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친박의 장기 집권도 가능해 질 것이라는 그림이다. 따라서 내년 20대 총선에 다수의 친박 의원들이 여의도에 입성하고 이 의원들의 주도로 개헌을 이루자는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친박 장기집권 개헌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내 비박계가 순순히 동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중국방문 당시 개헌을 주장했다가 청와대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았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개헌을 언급한)그 사람한테 가서 물어봐야지 왜 나한테 와서 물어보나"라며 "개헌 이야기는 저는 안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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