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그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을 평정해왔던 독일차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시동꺼짐에 화재까지 줄줄이 이어지며 독일 명차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외관순환고속도로에서 BMW 승용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0여분만에 꺼졌으나 승용차는 전소됐다. 사고 직후 운전자는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불이 난 차량은 BMW 최고급 세단인 7시리즈로 소방당국은 트렁크 부근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BMW 차량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지난 3일에는 BMW 520d 차량에서 리콜 수리 하루만에 불이 났고 이틀 뒤인 5일에는 리콜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고 수리를 받으러 가던 520d 차량에서 또 다시 불이 났다. 이들은 모두 지난 9월 국토교통부가 리콜을 명령한 520d 모델이었다.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으로 뭇매를 맞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잦은 시동꺼짐이 문제가 되는 등 소비자의 불안이 커지면서 독일차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 실제로 10월 수입차 판매에서 독일차의 비중은 9월 71%에서 10월에는 60.9%로 떨어져 10%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독일차들의 문제점이 연달아 터지면서 한국법인들의 늑장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 디젤게이트가 터진 후 일주일 뒤에서야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내놓았고 사고 발생 20일이 지나서야 공식 사과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잦은 시동꺼짐으로 소비자가 차량을 골프채로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뒤늦게야 사태 수습에 나섰다. BMW 이달 들어 세 차례나 화재가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BMW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3건이 각각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같이 놓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어렵다"면서 "세 건 모두에 대해 면밀히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도 뿔이 났다. 잦은 시동꺼짐으로 환불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화가 난 차주는 2억원 상당의 벤츠 차량을 판매대리점 앞에서 골프채로 박살냈고 리콜 수리를 받은 BMW 차량에서 불이 나자 차주는 항의 차원에서 대리점 앞에 불에 탄 차량을 세워놓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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