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이천수(34·인천 유나이티드)가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 2의 인생에 도전한다.
이천수는 5일 종합편성채널 JTBC에 출연해 은퇴를 선언했다. 오는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경기가 끝난 뒤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다. 그는 "사건 사고도 많았고, 잘못된 판단도 있었다. 그래도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만큼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천수는 프로생활 14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화려함과 동시에 거침없는 화법과 사생활 문제로 바닥도 경험했다. 부평고 재학시절이던 1998년 추계연맹전 득점왕과 이듬해 백운기 득점왕에 오른 그는 1999년 청소년 대표로 출전한 말레이시아 방가반두컵 대회에서 세 경기 여덟 골을 넣어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축구 천재'라는 수식어와 함께 고려대 1학년이던 2000년 4월 5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라오스와의 예선 경기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2002년 프로축구 울산 현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그는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하며 정점에 섰다. 2003년에는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소시에다드 유니폼을 입고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다. 그러나 유럽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2년 만에 울산 유니폼을 입고 K리그로 복귀했다. 그해 후반기 열네 경기에 나가 일곱 골과 도움 다섯 개를 기록하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MVP로도 뽑혔다.
그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뒤 2007년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입단해 다시 유럽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별다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이듬해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 임대돼 K리그에 돌아왔다.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선수단, 코칭스태프와 불화를 일으켜 임의탈퇴되고, 이듬해 전남 드래곤즈로 재임대됐으나 그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 이적을 추진하다 구단과 마찰을 일으켜 또 한 번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사우디와 오미야 아르디자(일본) 등을 전전하던 그는 J리그에서 계약이 만료된 뒤 2011년 K리그 복귀를 타진했으나 임의탈퇴 문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1년 넘게 소속팀 없이 떠돌던 그가 징계를 벗고 우여곡절 끝에 입단한 구단은 고향팀 인천 유나이티드. 2013년 인천에 입단해 K리그로 복귀한 그는 세 시즌 동안 예순일곱 경기에 나가 다섯 골과 도움 열 개를 기록했다.
그는 "내게 붙는 수식어 중에 '노력 없는 천재'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노력 없이 얻는 결과물은 없다. 그런 얘기를 듣는 게 가장 마음 아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장에서는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스타일이라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그라운드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정말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천수는 축구 해설위원으로 은퇴 이후를 시작하면서 지도자를 준비하고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공부를 할 계획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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