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을 떠난 마지막 3점 슛처럼…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
국가대표 출신 센터 김계령(36)이 코트를 떠났다. 지난 2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은퇴식을 했다. 17년에 걸친 선수로서의 삶은 추억 속으로 보냈다.
"청춘을 다 바쳤다. 은퇴 후 한 달 정도 지나니 굉장히 무료하더라. 이제는 사회생활에 적응이 되어 집에서 요리에 취미를 붙이고 있지만, 확실히 현장이 더 좋다. 아직도 팀 스케줄이나 대진표를 챙기고 있다."
숭의여고를 졸업한 김계령은 1998년 삼성생명에 입단해 그 뒤 2004년 겨울리그까지 여자프로농구(WKBL) 챔피언결정전에서 네 차례 우승을 맛봤다. 2005년 겨울리그를 앞두고 옮긴 우리은행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두 차례 더했다. 2010-2011시즌 신세계를 거쳐 2011-2012시즌 삼성으로 복귀했다.
프로에서 501경기에 나가 경기당 11.8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008-2009시즌부터 2년 연속 득점왕 오르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6년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는 승승장구했다. 남편 황동석(40) 씨는 큰 도움을 줬다.
"정신적으로 신랑이 다잡아줬다. 삼성(1998~2004)에 오래 있다가 우리은행(2004~2010)으로 옮길 때였다. 친정 팀 분위기에 오래 젖어 있어서 힘들었다.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것도 (남편과) 나누고 조언도 들었다. 무릎 수술 때문에 결혼이 늦어지기도 했지만 기다려줘서 고마웠다. 남편이 운동선수 생활패턴에 맞게 다 맞춰줬다"
2007년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피닉스 머큐리에서 뛰었다. 미국 무대는 경쟁이 치열해 힘들었다. 그러나 알찬 공부였다. 국내무대 복귀 후 득점왕까지 차지하는 등 결과도 흡족했다. 국제무대에서도 빛났다. 1998년부터 13년간 국가대표 센터로 올림픽에 2회, 아시안게임에 3회, 세계선수권에 4회 진출했다.
"영주권도 있고, 영어나 생활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WKBL과 차이가 확연했다. 엔트리에 들기 위해 동료 선수들과 굉장히 치열한 경쟁을 했다. 슈마커(당시 국민은행)과 함께 마지막 엔트리에 들려고 경쟁하기도 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배우고 국내로 돌아오니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
지난해 5월 결혼한 김계령은 임신 5개월째다. 당분간 출산과 육아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녀의 어머니 백옥자(64) 씨는 1970년 방콕,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투포환 금메달을 따낸 육상영웅이다. 남편 황동석 씨도 아이스하키와 스노보드 선수로 활약했었다.
"주변에선 슈퍼베이비를 기대하고 있다. 예전에는 운동 안 시키려고 생각했지만, 나도 농구를 하면서 얻은 것이 많다. 농구에 소질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키고 싶다. 어머니에게 받은 만큼 뒷받침을 잘해주고 싶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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