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국 비즈니스서밋·리 총리는 재계 총수와 회동…한일은 없어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3국 간 협력의 마지막 퍼즐이 빠진 것이 아쉽다."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과 연계해 열린 3국 경제협력의 장(場)에서 한일만 사실상 배제된 데 대해 재계가 아쉬워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방한한 1일 국내에선 3국 비즈니스서밋과 함께 리 총리가 참석한 한국 경제계와의 간담회가 잇달아 열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게이단렌(經團聯),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공동 개최한 '제5차 한ㆍ중ㆍ일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저성장 시대 극복을 위한 동북아 3국의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3개 기관은 3국 간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경제계 간 협력 및 교류 증진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방한 중인 리 총리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한국경제계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재계 총수들과 회동을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중국 측에서 먼저 요청했고 사전환담도 진행됐을 정도로 중국 측에서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리 총리는 간담회에 앞서 재계 총수 10여명과 30여분간 만나 환담을 나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나서는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 활성화 정책에 호응해 하이브리드자동차 현지 양산 현황 및 전기차 사업 계획 등을 소개했다.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등 한국 기업인 20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내년 1월 발효를 위해서는 국회의 조속한 비준이 필요하다는 데 양국 경제계가 공감한 것으로 한중 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중 경제인 간의 만남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대한상의는 지난 1월 서울에서 왕양 중국 부총리 초청 간담회를, 9월에는 상하이에서 한중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이와 달리 한일 간 경제협력 논의는 답보상태다. 방한한 아베 총리는 한국 경제계를 따로 만나지 않았고 양국 경제계 간 회동도 없었다. 한일 재계회의의 경우도 지난 5월과 지난 10월 한국과 일본에서 두 차례 열렸지만 위상과 규모 면에서 약화됐고 뚜렷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전경련과 게이단렌의 한일 재계회의에 4대 그룹 총수는 불참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한일경제인협회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정도만 참석했다.
한일 양국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이후 아베정부의 우경화 등을 거치면서 양국 관계가 경색국면에 들어가고 무역투자 교류도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경제협력 분위기도 시들해졌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한일 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통상분야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한 양국 간 산업기술협력도 중요한 과제다.
무역협회가 대일 무역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53.6%가 한일 FTA에 찬성했으며 일본과의 FTA를 통해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장벽 완화를 통한 시장접근 개선과 일본산 소재부품 수입 가격인하에 따른 생산비 절감 등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현정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진행 중인 한ㆍ중ㆍ일 3국간 FTA 및 RCEP의 본격적인 상품 양허협상에 대비해 세부 품목별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최근 협상이 타결된 TPP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경우 한ㆍ중ㆍ일 FTA, RCEP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한일 FTA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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