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국영TV 연설을 통해 시리아 사태 해법을 위해 조기 대선 실시를 제안하고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 의사도 밝혔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키기 위해 이슬람 국가(IS) 공습에 나섰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한 러시아가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시리아가 새 대선과 총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러시아는 이슬람 국가(IS)와 싸우는 시리아 반군 '자유시리아군(FSA)'에도 러시아 병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FSA를 도울 준비가 돼 있는데 미국은 거부하고 있다며 미국이 IS 퇴치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조기 대선 실시 주장은 아사드 정권에 새로운 정통성을 부여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아사드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사드는 지난해 6월 논란 끝에 치러진 대선에서 89%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7년 임기의 세번재 연임에 성공했다. 러시아는 새 대선을 실시할 경우 아사드가 충분히 당선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측의 한 관계자는 앞서 시리아에서 새 대선을 치를 경우 아사드가 출마할지 여부는 본인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의 FSA 지원 의사는 앞서 FSA를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던 것과 태도가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최근 IS를 공습하면서 광범위한 폭격으로 IS는 물론 시리아 반군에도 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반군측은 즉각 아사드 정부를 지원하는 세력과 협력할 수 없다며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다며 러시아의 제안에 거부 입장을 나타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낸 중동 특사는 지난 3주간 시리아 반군 대표와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군측은 여전히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리아 남부 '데라'의 한 반군 사령관은 "나는 이런 대화를 좋아하지 않으며 러시아인들은 거짓말쟁이"라며 "러시아는 스스로 곤란한 지경에 처하자 빠져나가려는 방법을 찾으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사령관은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승리하지 않으면 죽음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레포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한 반군 사령관도 농담하냐며 러시아군은 자신의 군대도 공격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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