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의 내수확대에 대한 기대감에 불구하고 내년 소비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전·월세 등 주거비 부담 증가, 경제성장률 둔화, 고령화에 따른 미래 불안 등 구조적인 요인들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소득증가가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주거비와 노후를 위한 저축 등으로 집과 은행에 침착(沈着)되면서 소비감소→기업투자위축→일자리감소→소비감소라는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블랙프라이데이 등 단발적인 할인행사로 탈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벌이들인 돈은 전·월세 부담에도 벅차=지난해 우리나라의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430만2352원(통계청)으로 전년에 비해 3.4% 늘어났다. 10년 전인 2004년의 278만8461원에 비해서는 151만3891원 많아져 연평균 4.4% 증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2.7% 상승해 명목소득이 표면상으로는 더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소득과 물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주거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졌다. 서민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전세와 월세 가격 상승이 물가지수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12월26일에 비해 13.33% 올랐다. 지난해 전셋값 상승률 6.68%의 두 배 수준으로 연말까지 향후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최근 10년간 연간 전세값 상승률로는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은 2010년 257조9908원에서 지난해 393조4697억원으로 4년 사이 135조4789억원이 늘었다. 전세아파트 평균보증금도 같은 기간 1억365만원에서 1억3961만원으로 3596만원 올랐다. 수도권 전세아파트 평균보증금은 1억2803만원에서 1억8023만원으로 상승폭이 5220만원에 달했다.
전세가 월세로 급속하게 전환되는 것도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난달 전세는 5만6000건,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는 4만8000건이 거래됐는데 월세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3.2%나 많아졌다. 월세의 비중도 45.8%로 올들어 가장 높았다. 올해 2분기 가계의 실제거주비(전세 제외)는 월평균 7만39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6만600원에 비해 21.8% 늘어났다.
특히 월세 전환은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월세 주거비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월세가 1% 오르면 가계 소비가 0.02%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소득층은 0.09% 소비가 줄어들어 평균에 비해 4.5배나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준비·사회부담금으로 서민지갑이 비어간다= 고령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고령층의 소비행태가 변하고, 은퇴를 앞둔 중년층도 미래를 대비해 지갑을 닫고 있다. 특히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서민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졌고, 소비심리도 위축된 상황이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사회부담금이 163조7000억원으로 사회수혜금 102조1000억원보다 61조6000억원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금액이 가계 가처분소득에서 빠지지 않았더라면 가계소득은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4.2%포인트 증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보장제도가 미진함에 따라 가계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실제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부담금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 관련 지출을 말한다.
상·하위 소득 격차가 더욱 커진 것도 문제다. 소득이 높은 상위 10%를 의미하는 소득 10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962만1438원으로 하위 10%인 소득 1분위의 월평균 소득 98만1849원에 비해 863만9589원 많았다. 2004년 소득 10분위(626만6820원)와 소득 1분위(67만3071원)의 월평균 소득 격차가 559만3749원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확대된 것이다. 다시 말해 소득 상위 10%가 10년 간 335만4618원의 소득이 늘어나는 동안 하위 10%의 소득은 고작 30만8778원 증가했다.
김민창 국회 입법조사관은 "소득양극화의 심화는 사회적 불안정성을 높이고 민간소비를 위축시켜 내수침체를 장기화 시킬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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