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벤처, 운명의 그 순간] 37. 서영조 드라이어드 대표
학창시절 꿈꿔왔던 프로그래머 꿈
구글 등 IT혁명 목격 후 창업 결심
2년만에 '레기온즈' 개발 후 출시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각자 전문직에, 잘 나가던 회사에, 심지어는 뉴욕에 가족도 버리고 시작했어요. 모바일게임의 시대가 언젠간 온다는 확신 때문이죠."
게임 업체 드라이어드의 서영조 대표는 변리사 출신이다. 반도형 아트디렉터는 미국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중에 합류했다. 김흥모 기술 책임자(CTO)는 다음 검색 개발팀, KT 클라우드 개발팀을 거친 베테랑 서버 전문가였다.
드라이어드는 소위 '잘 나가던' 사람들이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어려서부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했던 서 대표는 서울대 통계학과 재학 시절 내내 학교에서 방황했다고 한다. 학교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4학년을 마치고 병역특례로 간 포탈 업체 다음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서 대표는 "20대 초반인 내가 보기에 당시 다음의 개발자들은 정말 열심히 일했고, 이들이 우리나라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했다" 며 "밤새도록 작업하는 것이 힘들다기보다는 멋있어 보였다"고 했다.
그는 이재웅 다음 창업자 직속팀에서 근무했다. 이 인연은 훗날 투자자와 스타트업 대표로 이어졌다.
병역 특례를 마친 그는 당장 실리콘밸리로 유학을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장이 된 그는 학교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1년 6개월 만에 변리사 시험에 통과하고 로펌의 변리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프로그래머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다. 결국 2년 만에 다음으로 돌아갔다.
2012년 초 그는 다음에서 모바일게임 사업 부분을 맡았다. 당시 국내에서 모바일게임 시장은 걸음마 수준이었다.
서 대표는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가 성장하는 것을 보고 곧 새로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 대표는 "모바일의 시대가 왔을 때 얼마나 준비된 상태에서 맞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창업을 결정했다"라며 "당시에는 모바일게임으로는 돈이 안됐기 때문에 대기업이 먼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다음에서 같이 일하던 이정대 PD와 변리사 시절 뉴욕에서 만났던 반도형 아트디렉터를 섭외했다.
문제는 게임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였다. 백방으로 사람을 구하러 다녔지만 10명중 9명이 거절했다. 오히려 "사업을 접어라"라고 충고하는 이도 있었다.
초기 사업 자금은 이재웅 다음 창업자의 투자로 충당했다.
지인이 소유하던 가정집 창고에서 게임 개발을 어렵게 시작했다. 다음 해 1월에는 카카오의 투자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가 5억 원을 투자했다. 다음과 카카오의 창업자 모두에게 투자를 받은 것이다.
서 대표는 "무모해 보일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는데, 뒤를 생각하지 않았던 점이 먹혔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4월 창업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게임인 '레기온즈'는 마니아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게임은 카드교환게임(TCG)에 역할수행게임(RPG)과 전략 요소 등 다양한 장르를 더한 독특한 방식으로 주목을 모았다.
하지만 게임의 진입장벽이 높아 대중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에 드라이어드가 내놓은 '요!빌런'은 기존 '레기온즈'의 장점에 인기 웹툰 '덴마'의 대중성을 더했다. '덴마' 웹툰 페이지 아래에 게임 홍보를 하면서 수십 만 명의 '덴마' 팬들에게 게임을 알리고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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