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광화문 광장 세월호 가족-시민 한가위 합동 차례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추석당일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304명의 영정 앞에 다소 늦은 차례상이 차려졌다. 차례상 위에는 보통 차례상과 달리 치킨·햄버거·과자·초콜렛 등이 놓였다.
유가족들은 아이들이 평소 좋아했을 이 음식들을 앞에 둔 채 애써 참던 눈물을 떨궜다. 일부 유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오열하기도 했다.
27일 오후 4시 16분.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시민 한가위 합동 차례'가 있었다. 경기도 안산시 합동분향소에서 올라온 10명의 유가족들과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함께 함께했다.
이날 합동차례 현장에서 만난 단원고 동혁이 엄마 김성실씨는 벌써 두 해째 차례를 지내지 못했다고 했다.
친지들 얼굴을 보면 그동안 세월호 인양 등이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 배·보상이며 지금 심경은 어떠한 지 다시 한 번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함께 추석을 보냈을 아들 동혁이를 떠올리는 일도 힘에 부친다.
김씨는 "세월호 이후 집안에 늘 어두운 분위기가 있다"며 "그러다보니 가족들끼리 모이는 일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미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욕도 할 수 없고 감정을 억제하고 살아야 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예쁘게 추모를 해주고 싶은데 이렇게 투쟁이나 저항으로 밖에 추모하지 못하는 점도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추석날 이렇게 합동차례를 찾아주시는 시민 분들께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인 1997년생 딸을 뒀다는 최명선(50대)씨도 차례를 지켜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는 "유가족분들도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같이 딸들하고 조근 조근 이야기하면서 음식 만들고 있었을 시간이지 않냐"며 "어제, 오늘 집에서 차례 준비를 돕는 딸의 뒷모습을 보다보니 이렇게 부모와 추석을 함께 보냈을 단원고 아이들이 자꾸 생각나 차례를 마치고 이 자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생이라는 김예지양은 비닐봉투 안에 음료수를 챙겨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김양은 "유가족 분들에게 드리고 싶어서 음료수를 가지고 왔는데, 수가 모자라 자원봉사자 분들께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이곳을 찾은 시민들에 절반도 오지 않은 것 같다"며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차례는 차례는 유가족 발언, 합동참배, 음식 나누기 순으로 이어졌다. 함동참배를 마친 10명의 유가족들은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에 직접 음식을 나눠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내년 추석은 진상규명에 대한 최소한의 희망을 가지고, 온전히 슬퍼하고 애도하면서 보내는 추석이 되면 좋겠다"면서 "이 자리를 찾아주신 시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과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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