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부모님. 가진 건 농사짓는 땅 밖에 없어 매달 생활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명절에는 부모님께 농지연금 가입을 권유해보면 어떨까.
실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연휴가 지나면 농지연금 가입자 수는 급증한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3년 동안 농지연금 신청 실적을 분석한 결과 설 명절 연휴 기간 이후인 2~3월에 농지연금 신청은 월 132건으로 다른 달 평균 월 95건보다 40%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연금은 고령의 농민이 농사짓고 있는 땅을 담보로 맡기고 노후생활 자금을 매월 연금으로 수령하는 제도다. 농지연금에 가입해 연금을 받으면서 담보로 맡긴 농지를 경작할 수 있으며 담보 농지를 임대할 수 있어 연금 이외 추가 소득도 얻을 수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는 "정부 예산을 재원으로 정부가 직접 시행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농지연금을 신청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우선 농지 소유자의 나이가 만 65세 이상이어야 한다. 연령은 신청하는 연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올해의 경우 1950년 12월31일 이전 출생한 농민이라면 신청 가능하다. 신청자는 5년 이상 농사를 지은 경력이 필요하다.
농지의 종류와 크기에도 제한이 있다. 농지연금 신청자가 보유한 농지 면적이 3만㎡를 넘지 않아야 한다. 김 이사는 "담보로 맡기는 농지는 지목이 전·답·과수원으로 실제 농사를 짓고 있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압류나 저당 등이 설정돼 있거나 불법 건축물이 설치돼 있는 농지도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그럼 농지연금에 가입하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담보 농지의 가격이 높을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연금액에는 월 300만원이라는 상한액을 뒀다.
김 이사는 "과거에는 공시지가만으로 담보 농지의 가격을 평가했지만 공시지가가 실제 거래 가격보다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있어 지금은 신청자가 공시지가와 감정가액의 80% 중 높은 금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연금 수령액은 연금을 어떻게 수령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수령 방법에는 종신형과 기간형 두 가지가 있다. 종신형은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일정 금액을 수령하는 방식이라면 기간형은 가입자가 일정한 기간(5, 10, 15년)을 선택하면 해당 기간 동안 매월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것이다. 종신형이 기간형이 비해 다달이 받는 연금은 적다. 농지연금은 처음 약정할 때 수령 방식을 정하면 중도에 변경할 수 없다.
신청자 나이에 따라서도 연금 수령액이 달라진다. 이때 부부 중 나이가 적은 사람을 기준으로 연금액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1억원하는 농지를 담보로 맡기고 종신형을 선택했다고 가정하면 부부 중 연소자가 65세면 매달 36만4020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가입자 연령이 올라갈수록 연금은 많아진다. 68세는 39만1360원, 73세는 44만6270원, 78세는 51만7840원을 수령하게 된다.
김 이사는 "담보 농지의 가격이 오르거나 떨어져도 다달이 받는 연금이 늘어나거나 줄어들지는 않는다"며 "처음 약정할 때 농지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을 감안해 연금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땅값이 오르거나 내렸다고 해서 연금액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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