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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00만원 수익에 자유로운 삶 꿈꿨는데…개미의 '일장깨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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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투자자로 산다는 것

월 1000만원 수익에 자유로운 삶 꿈꿨는데…개미의 '일장깨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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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 오전 9시.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A씨는 뉴스를 통해 미리 점찍어둔 종목들의 호가를 살피고 단숨에 3개 종목을 매수했다. 10여분 후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2개 종목의 주가는 매도세가 몰리면서 하락하기 시작했고 1개 종목은 강보합세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2시간이 지난 오전 11시께 하락세를 타던 2개 종목은 주가가 각각 2%, 3%씩 빠지며 하락폭을 키웠고 1개 종목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A씨는 할 수 없이 오전에 사들인 종목을 손절매하고 오후에 오를 종목들을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하루에 2% 정도 수익만 내면 되는데 요즘 같은 하락장 속에서는 꾸준히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1년 전만 해도 탄탄한 중소기업에 다니던 A씨. 회사에서 구매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일과 중 틈틈이 주식투자를 하면서 주식에 재미를 붙였다. 벌 때도 있고 잃을 때도 있었지만 제대로 매달리면 매달 월급 이상의 돈은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쥐꼬리만한 월급봉투를 받으면서 하루하루 상사 눈치보고 사는 생활보다는 돈도 많이 벌고 개인 시간이 많은 전업투자자가 답일 것 같았다. 결심이 선 A씨는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나왔다.


A씨는 퇴직금으로 받은 50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먼저 전업투자를 시작한 친구의 소개로 여의도의 작은 사무실에 다른 전업투자자들과 자리를 잡았다. 책상에 컴퓨터 모니터 4대를 놓고 아침마다 주식을 사고 파는 전업투자자의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업투자자의 생활에 만족했다. 금리 인하로 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하루에 5% 수익을 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화장품, 제약ㆍ바이오주는 샀다 하면 올랐다. 장이 끝난 후 뉴스를 읽고 다음 날 매수할 종목을 찾다보면 점심은커녕 저녁도 제대로 챙겨먹을 수 없는 날도 많았지만 돈을 벌고 있어 만족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증시 급락,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주식 계좌에서 매달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데 시장이 좋지 않다보니 하루 2%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매일 새벽 1시까지 미국 장을 보고 종목을 체크하고 뉴스를 찾아도 다음 날 수익을 낼 종목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하루하루 피가 말랐다.


B씨는 비자발적인 전업투자자다. 최근 어쩔 수 없이 전업투자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원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사내 커플이라는 이유로 지난 2월 회사 구조조정 때 퇴출 1순위가 돼 퇴사해야만 했다. 2년 정도의 짧은 회사 경력으로 경력직 입사도 쉽지 않았던 그는 재취업 자리를 알아보면서 7개월째 전업투자자 생활을 하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 소액투자를 해 온 경험을 살려 이슈가 되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거래한다.


B씨는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거의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며 "용돈 정도는 벌고 있는데 주식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종목 분석, 뉴스 분석에 시간을 많이 쏟게 돼 지금은 취업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B씨처럼 돈을 버는 투자자들은 다행이다. 하지만 최근 급락장으로 A씨처럼 상황이 좋지 않은 전업투자자들이 훨씬 많다. 신용을 써 주식투자를 한 전업투자자 중에서는 급락장에서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투자 원금까지 날린 사례도 수두룩하다.


C씨는 4, 5월만 해도 월 1000만원을 벌었지만 최근 급락장에서 1억원을 날렸다. 장이 안 좋으니 생활비는 안 벌리고 무리수를 두다 보니 신용까지 쓰게 됐다. 하락장에서 난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자금을 2배, 4배 투자하다가 지금은 원금 1억원마저 까먹은 상태다. C씨는 최근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그는 "이전 직장에서 받았던 월급의 절반 수준인 직장에 내일 면접을 보러 간다"면서 "이제 와서야 전 직장에 꾸준히 다녔어야 했다고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전업투자를 제대로만 하면 큰돈도 벌고 개인 시간도 많다고 생각해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의 '슈퍼개미' 투자자는 "처음 전업투자자의 길로 들어설 때는 돈, 시간에서 훨씬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이 끝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며 "주식시장이 좋은 시기보다 안 좋은 시기가 더 많은데 이 시장에서 꾸준히 수익을 내며 살아남는 것은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전업투자자로 변신한 후배나 동료들 중에서는 성공한 사례도 많지만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며 "가끔씩 전업투자자로 변신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펀드 수익률 스트레스는 있어도 안정적인 조직에서 월급 받고 지내는 지금 생활이 더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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