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기소 의견 송치 불구 검찰 수사 계속돼...고소-피고소인 심문 진행 중...검찰 '합의 안되면 기소' 의견으로 알려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영화 '명량'으로 촉발된 배설(裵楔ㆍ1551∼1599) 장군 후손과 김한민 감독 등 제작진과의 사자 명예훼손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불기소 의견 송치 이후 검찰이 양 측에 대한 개별ㆍ대질 심문을 진행 중인데, 합의가 안 될 경우 기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검찰의 기소가 이뤄져 재판이 진행될 경우 사극 등 역사적 실존 인물ㆍ사건을 소재로 한 창작물들의 표현의 자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새로운 판례가 적립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최근까지 대법원은 결정적ㆍ고의적 과실이 없는 한 작가의 상상력ㆍ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주는 판례를 유지해왔다.
19일 배설 장군의 후손 경주 배씨 문중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6일 배윤호 경주 배씨 성산공파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중앙지검은 이어 추석 전인 다음 주 중 김한민 감독 등 피고소인 조사를, 그 이후엔 고소인-피고소인 대질 조사를 가질 예정이다.
중앙지검 측은 배윤호 대변인에 대한 조사에서 "김한민 감독 측이 합의할 의사를 갖고 있다"며 피고소인 측의 의향을 물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배 대변인은 "진정성 있는 사과가 전제되어야 다음 이야기가 가능하다"며 제작진ㆍ작가 등의 상주 집성촌 방문 및 배설 장군 묘소 참배 등을 합의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경찰의 불기소 의견과 달리 김 감독 등을 기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배 대변인은 "검찰에서 합의를 시도해보고 안 되면 기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배씨 비대위는 대질 조사때 전세버스를 이용해 상경해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감독 등에 대한 처벌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7월 경주배씨 문중이 영화 '명량'의 김 감독을 비롯, 각본가 전철홍, 소설가 김호경씨와 배급사 CJ E&M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혐의없음 처분하고 이달 초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영화 전체적으로는 역사적 사실에 어느 정도 근거하고 있다고 봤다.
일부 장면이 창작이나 전체 흐름에서 그 부분만 분리해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명량'에서 배설은 1597년 명량해전 직전 왜군과 내통해 이순신 암살을 시도하고 거북선을 불태운 뒤 혼자 배를 타고 도망치다 이순신의 수하 안위가 쏜 화살에 숨지는 역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배씨 문중은 이런 설정이 역사적 사실과 달라 고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9월 김 감독 등 영화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사료에 따르면 배설은 명량해전 며칠 전 병을 치료하겠다며 이순신의 허락을 받고 뭍에 내렸다가 도주한 뒤 붙잡혀 참수당했고, 따라서 그는 명량해전에 참가한 적이 없다고 후손들은 주장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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