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은행권 '리딩뱅크' ② KB국민은행
영업망 재정비…'워크다이어트' 등 고객ㆍ현장중심 경영 실현
아웃바운드 마케팅 강화…태블릿PC 활용 점포 밖 고객 유치
영업점 유형별 지점간 상호 협업ㆍ기업고객 방문 영업 채널 확대
임금피크제ㆍ희망퇴직 정례화로 인력구조 개선…실적도 살아나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 KB국민은행 영업점에 근무하는 김 모 과장은 최근 들어 창구 고객들과의 상담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4일부터 기업고객 급여이체 등록 업무가 일선 영업창구에서 별도의 후선센터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래기업체들의 월급일이 다가오면 수십에서 수백명의 직원 명단을 일일이 등록해야 했지만 이제는 상품판매나 대출 등 긴 상담이 필요한 고객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윤종규 국민은행장이 현장 영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워크다이어트'의 성과 중 하나다. 워크다이어트는 일의 불필요한 살을 뺀다는 의미다. 국민은행은 단순 창구 고객의 대기시간은 줄이고 상품판매나 대출 등 긴 상담이 필요한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영업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와 계좌이동제 시행 등 금융시장은 격변기에 휩싸였다. 은행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 마련도 쉽지 않다. 윤 행장은 "지금은 한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큰 배도 소용돌이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파괴적 혁신의 시대"라며 "금융시장의 격변기 속에서 지속 성장하려면 고객들이 신뢰하고 선택하는 금융회사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 관건은 영업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ㆍ현장중심 경영 정착을 위해 영업점들에 대한 재정비 작업을 실시했다. 영업점이 스스로 시장을 분석하고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고객 밀착 영업을 추진하도록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윤 행장이 워크다이어트 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통해 영업점 가계여신 담당 직원들이 임대차 서류와 실제 고객 상담 내용과 같은지 대조하는 조사업무, 영업점에서 수행하는 법원문서 추심업무를 후선으로 옮겼다. 퇴직금 지급 등 퇴직연금 관련 업무도 후선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상반기 순이익은 730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7.2%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노사가 뜻을 모아 희망퇴직을 정례화하고 임금피크 제도를 개선해 항아리형 인력구조 개선의 물꼬를 텄다.
국민은행의 영업망 체계는 그동안 영업점 규모나 인력여건, 점주권 환경 등에 관계 없이 획일적으로 적용돼왔다. 이를 영업점별 유형에 따라 기업자산형, 기업형, 자산형, 일반형, 가계형 다섯가지로 분류했다. 차별화된 다양한 형태의 영업점들을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해 영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운영체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허브에서는 기업금융 등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포크 지점에서는 고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모델이다. 현재 4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윤 행장은 "개별 점포가 갖기 어려운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의 전문역량을 지역의 거점 점포에 집중하고 지점간의 상호 협업을 통해 고객들의 생활권 내에서 가깝고 편리하게 보다 전문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수익 창출을 위해 고객을 찾아가는 '아웃바운드' 마케팅도 강화한다. 14일 선보인 'KB 캠패드 시스템'은 아웃바운드 마케팅을 위한 기초작업이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태블릿브랜치를 도입한다. 직원이 외부에서 고객 상담을 할 경우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로 신규통장 개설, 직불카드 발급, 외환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상담 직원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의 실명확인 증표를 촬영하고 비밀번호를 받아 영업점에 전송하면 신규거래가 완료된다.
기업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영업채널(SBM)도 확대하고 있다. SBM은 여신ㆍ자금 상담, 재무ㆍ경영전반에 대한 기업가치 향상방안, 세무ㆍ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관리 컨설팅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마케팅 전문가 그룹이다. 올해 3월부터 약 1800여개 이상의 기업을 방문했다.
해외 진출 확대에도 주력한다. 하반기 중 상하이 분행 개점, 인도 뭄바이 사무소 및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 지점전환 인가신청 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윤 행장은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메콩강 주변의 동남아 국가와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경쟁은행을 추월하기 위한 여정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임직원 모두가 더욱 확고한 목표 의식을 갖고 무장해야 한다"며 현장 영업력을 거듭 강조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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