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현지화 성공하는 듯 했던 테스코, 홈플러스 7.2조 규모에 매각
대형마트 규제, 전통시장 상생 협력 등 또다른 한국의 진입장벽 여실히 드러나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매각한다. 까르푸, 월마트에 이어 테스코까지 세계 3대 대형마트가 모두 한국 시장의 진입장벽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하는 셈이다. 테스코는 앞서 두 대형마트와 달리 현지화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대형마트 규제라는 또다른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한국 시장을 떠나게 됐다.
7일 홈플러스는 영국 본사인 테스코와 한국계 사모투자펀드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홈플러스 그룹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97년 삼성물산에서 대구 1호점으로 시작한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 테스코에 경영권을 넘긴 이후 16년 만에 다시 한국투자자 품에 안기게 됐다.
이번 테스코의 철수로 세계 3대 대형마트인 까르푸, 월마트, 테스코는 모두 한국 시장 적응에 실패했다는 멍에를 지게 됐다. 가장 먼저 한국 시장에 손 들고 나간 것은 까르푸다. 프랑스의 대형마트 체인 까르푸는 1996년 중동점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10년간 전국 32개 점포를 세우며 성장해나갔다. 그러나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던 까르푸는 경영에 불안정을 겪었고 일방적인 본사 매뉴얼 적용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놓쳤다. 결국 까르푸는 이 같은 현지적응 실패로 아시아 시장 전반 매출이 부진을 겪자 2004년 일본에서 철수하고 2006년에는 한국에서까지 철수를 결정하고 한국까르푸를 이랜드그룹에 매각했다.
이후 한국까르푸는 홈에버로 사명이 바뀌었다가 2008년 홈플러스에 인수되면서 홈플러스테스코로 상호가 변경됐다.
세계 1위 대형마트인 미국 월마트도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월마트는 1998년 한국에 진출해 강남점과 인천점, 일산점 등 전국 16개 매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까르푸와 똑같은 2006년,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월마트는 창고형 할인점식으로 마트를 운영했지만 당시 이 같은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한국인들에게 외면을 당했다. 또 한국 소비자들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변화하기 보다는 세부사항까지 외국 본사에서 결재를 받게 함으로서 한국 시장 적응 실패를 겪었다. 월마트는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가 인수했다.
1999년 한국에 진출한 테스코는 이 두 업체와는 시작부터 달랐다. 두 업체의 실패를 교훈 삼아 철저한 현지화에 나섰다. 외국인 임원 대신, 한국인 사장과 점장을 임명했고 테스코 대신 고유 이름인 홈플러스를 쓰는 등 현지화에 성공해 초기 대형마트 업계 12위였던 홈플러스를 3년 반 만에 업계 2위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결국 경기 불황 속 영국 테스코 본사 사정이 악화되면서 알짜 자회사였던 한국 홈플러스를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홈플러스가 현재 국내 대형마트 규제 강화, 경기 침체 등으로 실적이 난조를 겪는 상황도 무관하지 않다.
한편 이번 매각으로 또 한번 주인이 바뀐 홈플러스 직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이번 계약에 의해 바뀌는 것은 주주일 뿐, 1900만 고객, 2000여 협력회사, 7000여 테넌트 임대매장, 2만6000명의 임직원은 바뀌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진짜 홈플러스’의 모습을 재창조하면서, 고객과 사회를 위해 혁신과 도전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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