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2020년 도쿄 올림픽의 공식 엠블럼이 표절을 이유로 폐기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각 지자체의 포스터가 철거되는가 하면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일 조직위가 홈페이지에서 표절 논란을 빚은 엠블럼 이미지를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도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임시로 사용했던 오색 벚꽃화관 이미지를 그 자리에 업로드했다.
아트 디렉터 사노 겐지로(佐野硏二郞)가 디자인한 올림픽 엠블럼은 공모를 통해 선정돼 지난 7월 공식 발표됐지만, 벨기에의 한 디자인 회사에서 자사가 디자인한 리에주 극장 로고와 유사하다며 표절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지난달 5일 사노 디렉터가 표절의혹을 부인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지만,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으며 결국 지난 1일 조직위가 엠블럼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조직위는 그동안 엠블럼 이미지로 다양한 홍보 활동을 벌여왔지만 재빨리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올림픽 준비위원회도 이날부터 각 시도 지자체에 연락해 엠블럼이 담긴 포스터나 깃발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엠블럼이 새겨진 도쿄 올림픽 홍보상품의 뒤처리에 고심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사노 디렉터의 작품전도 미뤄진다. 니가타(新潟)현에 위치한 니가타 현립 근대 미술관은 이날부터 11월까지 개최될 예정이었던 그의 작품전을 작가의 요청으로 당분간 연기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주요 성과 중 하나인 도쿄 올림픽이 시작하기도 전에 악재에 휘말린 셈이다.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백지화 사태에 이어 표절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조직위를 이끄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회장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호지는 여당인 자민당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당 간부와 올림픽 관계자들이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엠블럼을 교체하도록 여러 차례 경고했다"며 "모리 회장 측근들이 이를 듣지 않아 사태가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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