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정진엽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취임 닷새만에 데뷔전을 치렀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후속대책이 담긴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감염병을 막기 위한 전담기구인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 산하에 남겨두되,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고 예산과 인사권을 주도록 했다. 또 방역직을 신설해 정규직 역학조사관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같은 개편안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확정됐고, 회의 직후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 장관이 취임 후 첫 브리핑에서 발표할 내용이 미리 공개된 셈이다.
개편안의 내용도 논란이다. 우선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해 복지부 산하에 남겨두는 방안의 경우 그동안 제기된 방역기관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스 사태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에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감염병 콘트롤타워 역할을 못해 초기대응이 부실했던 만큼 청으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정 장관은 "청으로 독립했을 때 장점이 있지만 감염병이 유행하면 건강보험공단 등 유관기관과 협조할 일이 많은 만큼 청으로 독립했을 때 잘 할 수 있을지 염려가 많다"면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인사권을 주면서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어 협조와 지원하되, 간섭은 막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안도 대형병원 쏠림현상이나 닥터쇼핑 등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개편안에는 '진료의뢰 수가'를 신설해 의원급이나 소형 병원에서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때 건강보험 재정이 지원되도록 했다. 현재도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때 진료의뢰서가 필요하지만, 일정한 양식이 없어 감염병과 같은 내용을 기재할 의무가 없다.
이에 진료의뢰수가를 신설하면서 감염병과 질환명을 의뢰서에 기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가가 생기면 진료의뢰서를 남발할 우려가 있어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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