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한 초저가 노브랜드 매출 상승곡선
일반 PB보다 고급화 전략으로 내세운 피코크도 승승장구
정용진 부회장, SNS 통해 홍보에도 적극적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이마트가 정반대의 전략으로 자체브랜드(PB)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필요한 기능만 남긴 초저가를 내세우거나 일반 제조업체 브랜드(NB)를 뛰어넘는 고급화 전략으로 PB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는 PB를 자체라벨(PL)로 부르고 있다.
특히 가정간편식 PL브랜드인 피코크에 대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애정은 각별하다. 피코크는 정 부회장의 SNS에 자주 등장한다. 까다로운 미식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이 일주일에 2~3번 직접 시식 후 통과한 제품만 매대에 올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코크 탄생과정을 자세히 언급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두번, 피코크와 이마트 식품 신제품과 개발중인 제품, 최근 뜨는 맛집의 제품 등을 품평하는 이마트 비밀연구소가 가동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모임 이름은 테이스티키친(TK)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내 입맛에 흡족하지 못한 상품을 고객에게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여러분이 보는 모든 제품은 내가 먼저 맛을 본 거로 생각하면 된다"고 적었다. 정 부회장이 피코크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깐깐한 사전 심사를 통과한 피코크는 매대에서 판매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피코크가 이마트 냉동냉장 간편가정식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4.7%에서 2014년 9.4%로 늘어났고, 31일 현재 13%까지 높아졌다. 피코크는 기존의 PL 상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것과 달리 '맛'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조선호텔 셰프 3명이 피코크 상품 개발실에서 직접 상품을 개발하고, 피코크 개발팀에는 유학파 셰프 출신 바이어와 같은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어 현장에서 트렌드를 파악해 상품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난해 12월 말에 390여종이었던 피코크 간편가정식은 8월 현재 700개에 달하고 있다. 7개월 만에 2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최근에는 전국 유명 맛집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피코크 남원 추어탕', '우리집 양구 시래기국', '의정부 부대찌개' 등을 비롯, 이탈리아의 '라자냐'와 '라비올리', 베트남의 '양지 쌀국수', 대만의 '전병'까지 각 국의 대표 음식도 피코크로 출시돼 있다.
피코크와는 정반대 전략을 내세운 PL브랜드도 있다. 바로 이름없는 노브랜드 제품이다. 이마트가 최근 상품 본질의 기능만 남기고, 포장 디자인은 물론 이름까지 없애고 내놓은 '노브랜드' 제품은 초저가 전략 제품이다.
노브랜드 전기포트는 NB가 2만9800원인 것에 비해 67% 저렴한 9900원이며 감자칩은 NB보다 59%가 저렴하다. 미용티슈나 아기기저귀도 각각 35%, 23% 싸다. 이는 곧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원통형 감자칩의 경우 출시 43일만에 첫 수입물량인 25만개, 2억2000만원 어치를 완판했다. 비슷한 제조업체 자체브랜드 상품이 지난 한해동안 36만개를 판매한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인기다. 정 부회장도 페이스북에 "물건을 구입할 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브랜드지만 노브랜드는 좋은 품질을 더 좋은 가격에 드리기 위한 이마트의 노력"이라고 언급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품목을 대거 확대하기로 했다. 뚜껑없는 변기시트, 와이퍼, 건전지 등 9개 상품을 시험 론칭한 후 고객 반응이 좋자 150개 까지 가짓수를 늘린 상태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인 브랜딩을 배재하면서 상품의 최우선 가치를 품질과 가격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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