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선배세대에 바침
"한국경제 발전 이끈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사면 SK최태원이 내민 노인복지 통큰 카드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김혜민 기자] SK그룹이 경제발전을 이끈 선배 세대들의 주거복지에 앞으로 3년 간 1000억원을 지원한다. 광복 70주년 특별 사면으로 출소한 최태원 회장이 저소득 노인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SK그룹은 19일 이문석 SK사회공헌위원장이 서울 동작동 국토교통부 서울사무소에서 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에게 '저소득 노인용 주택ㆍ복지 혼합동 아파트 건설 사업' 재원마련 기부증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는 올해 200억원을 시작으로 2016년 400억원, 2017년 4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저소득 노인층의 주거복지 개선용으로 기부한다. 정부는 SK가 기부한 1000억원을 바탕으로 저소득 노인들을 위한 주택신설 및 증설에 쓰고, 일부는 주거안정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쓸 예정이다. 세부 기부 시기는 정부와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SK그룹이 이번에 발표한 '선배세대 복지론'은 기존의 불우이웃 돕기식 사회공헌과는 다른 차원의 활동이다. 이는 70-80년대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주역들에 대한 후배 세대들의 예우로, '전 계층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토대 마련'이라는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다.
SK가 선배세대의 복지 문제에 주목한 이유는 이들이 한국 경제를 세계 10위권에 올려놓은 주역임에도, 적절한 사회적ㆍ경제적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존경받아야할 윗세대들이 오히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것도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이번 선배세대 복지론은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대표들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온 선배세대와 국가 유공자,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SK가 기여해야 하는 것이 광복70년의 의미"라며 "이와 관련한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기부가 '있는 자의 베풂'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과의 나눔'으로 보는 최 회장의 복지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한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이루는데 주역이었던 이들은 최근 저소득에 시달리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월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내놓은 고독사 관련 정책자료집을 보면 가족 등 연고 없이 사망한 사람은 2011년 682명, 2012년 719명, 2013년 878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독거노인이 자살, 병사, 돌연사 등으로 아무런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빈곤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3년 기준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49.6%로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OECD 평균(12.6%)의 4배로, 노인 2명 가운데 1명은 빈곤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이에 SK는 선배세대들을 위한 복지 지원책을 적극 검토했고, 이 결과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저소득 노인용 주거복지 사업에 기부금을 내기로 결정했다.
선진국에서조차 저소득층 노인주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독거노인 급증으로 인한 고독사 등에 대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와 민간기업간의 협력을 통한 주거문제 해결 시도는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선배세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해보자'고 밝힌 이후 그룹 내에서도 '선배세대'라는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다"면서 "이는 복지를 바라보는 최 회장의 시각이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히 결식아동, 저소득노인층, 불우이웃 등의 표현에서는 가질 수 없는 애정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SK그룹의 이 같은 결정으로 주거문제와 고독사 문제 등 저소득층 노인복지를 해결하자는 공감대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선배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존경심과 감사 풍토를 조성하는 촉발제도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차관은 기부증서 전달식에서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한 민관협력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석 사회공헌위원장은 "고령화 현상에 따라 노인복지 수요는 늘고 있으나 그동안기업 사회공헌활동에서 우선 순위로 오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SK의 이번 기부를 계기로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선배 세대들에 대한 사회 전반적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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