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日 롯데홀딩스 주총 승리
차남의 경영권 찬탈에 격노해야 할 신격호 총괄회장은 '침묵'
건강이상설 더욱 설득력 얻어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신동빈 롯데 회장이 경영권 분쟁 열쇠를 쥐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면서 신 회장의 '원톱' 경영이 가시화됐다. 그러나 이번 차남의 경영권 찬탈에 가장 격노해야 할 신격호 총괄회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롯데그룹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의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시작된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이 불과 30분 만에 끝났다고 밝혔다. 이번 주총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 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롯데홀딩스는 "주주들은 신동빈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현재의 경영진이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을 보다 향상시키는 것과 동시에 보다 투명성이 높은 규범 경영을 계속해 철저히 추진하는 것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앞서 L투자회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바 있어 이번 주총 승리를 통해 이사진과 주주들의 지지까지 모두 확보하게 됐다. 사실상 신동빈의 '원톱' 체제 탄생을 알린 격이다.
그러나 이번 주총사태로 가장 노여워해야할 신격호 총괄회장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된 지난 2주간 줄곧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양호하고 경영권을 빼앗아간 차남에게 분노한 상태라는 것을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의 뜻이 차남이 아닌, 장남 신 전 부회장에 가 있다고도 전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신 전 부회장 측은 공중파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까지 방영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신 총괄회장은 건강 때문에 이번 주총에 불참했더라도 측근을 통해 반대의사를 명확히 밝혔어야 하는 것이 맞다. 50여년간 모든 계열사 사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을 정도로 사업을 꼼꼼히 챙겨왔던 그다. 건강상태가 양호한 상태였다면 차남인 신 회장이 자신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한데 이어 롯데홀딩스 이사와 주주까지 모두 장악한 현 상황을 관망하지만은 터다.
따라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확실시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외부활동을 삼간채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그의 집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의 격노설이 신 전 부회장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행을 강행한 직후 신 회장은 노쇠한 아버지를 신 전 부회장이 일본까지 끌고갔다며 화를 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에서도 신 총괄회장이 노쇠해 주변 사람들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 건강이상설에 대해서는 일본 롯데도 말을 거들었다.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의 회견에서 일본 신 총괄회장에 대해 "같은 질문을 다시 하신다든지 내가 일본 담당인데 한국 담당으로 헷갈리셨다"며 건강과 판단 능력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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