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추가절하…중국발 쇼크 증폭
차이나리스크가 코리아리스크로 전염 공포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차이나 밤(중국 폭탄)'을 얻어맞은 대한민국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두차례 연이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우리 환율과 증시는 출렁거리고 수출입 기업들은 깊은 고심에 빠졌다. 정부와 통화 당국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7% 성장'의 긴급 처방이라는 점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과 위기감이 뒤엉킨 안갯속으로 대한민국이 빨려들어가는 형국이다. '차이나 리스크'가 '코리아 리스크'로 불똥이 튄 것이다.
12일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1.62% 추가 절하하자 국내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23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3.00원 오른 달러당 1192.15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1190원대를 넘어선 것은 2011년10월4일(1208.2원, 장중 기준) 이후 최고치다. 전날 2000선이 무너진 주식시장도 급락하고 있다. 10시40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대비 23.96포인트(1.21%) 내린 1962.69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도 전일보다 19.74포인트(2.70%) 빠진 712.52를 기록하며 전날 1.89% 하락에 이어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 대신 재정 정책에 집중해왔다. 낮은 통화정책이 과도한 신용 확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각각 네 차례씩 내리는 등 상당한 규모의 돈을 풀었다. 하지만 국유기업이나 재무 상태가 양호한 대기업들이 주로 혜택을 봤을 뿐 실물경제 전반적으로 유동성 공급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추가적인 재정확대 압력을 받는 입장에 처했다. 결국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3개의 화살(통화-재정-구조개혁)에 비교한다면 순서만 바뀌었을 뿐 두번째 화살을 쏜 셈이다.
문제는 중국의 이같은 상황이 한국 경제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수출이 비상이다.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원화약세로 이어져 수출 기업의 채산성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과거 중국의 제품 경쟁력은 한국에 뒤졌지만 이제는 양국 기업 간 기술력 격차가 크게 좁혀진 상태다. 엔화 약세에 이은 위안화 약세는 품질, 가격 측면에서 아시아 경쟁국에 밀릴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홍석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상당히 올라 한국 제품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며 "위안화 절하는 중국과 수출 시장이 겹치는 한국엔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습적으로 내민 위안화 가치 하락이 중국 경제의 회복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면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더욱 커진다. 한국은행의 A 금통위원은 "하반기 중 수출 회복의 주요 위험요인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 및 수입대체 전략 강화"라며 "과거와 같은 대중국 수출 특수가 앞으로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13일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한은도 위안화 절하의 파급효과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한은 관계자는 "당장 통화정책을 급진적으로 바꿀 변수가 아니지만 중국 실물경제의 상황 변화,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한층 더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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