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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독소조항 개정, 롯데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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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동의땐 기업 편드는 이미지" 총선 앞두고 몸사려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형법상 '배임죄' 처벌을 둘러싼 독소조항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이라는 의외의 변수가 떠오르면서 법 개정 추진에 비상등이 켜졌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배임죄 규정을 손보는 형법 개정안을 마련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배임죄 형사처벌 기준을 '사익 목적의 고의범'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형사처벌 기준을 완화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될 경우 처음으로 배임죄를 둘러싼 국회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 제356조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정 의원은 현행 배임죄가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업 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사개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기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위축시키는 독소조항은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현행 배임죄는 일반 투자실패도 배임죄를 적용해 법정에 세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국의 경우 배임죄를 적용해 형사처벌하는 곳은 독일과 일본 정도이고, 이들 나라도 '명백히 손해를 가할 목적' '경영판단의 원칙' 등 문구를 통해 과도한 처벌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


배임죄의 모호한 규정은 법원 판단의 혼선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경련에 따르면 배임죄 판례에서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 여부에 따라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사례가 12건이나 된다. 경영판단과 관련된 배임죄 판례 37건 중 실제 경영판단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진 것은 18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법 체계에서도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할 법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불명확한 배임죄 규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배임죄가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은 정치권 안팎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 의원이 발의하려는 개정안은 발의 요건을 채우지 못하며 시작부터 어려움에 처했다.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서명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까지 동의를 구한 의원은 현재 6명에 불과하다. 7월 말 법안 발의를 목표로 한 계획은 늦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가 불거지며 반기업정서가 확산, 국회의원들이 법안 발의에 부담을 느낀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배임죄 개정안 발의에 동의할 경우 '기업을 편드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갑윤 의원실 관계자는 "배임죄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것인데 정치권에선 완화한다는 식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에 입각해서 안정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발의한 것인데 롯데그룹 사태로 법안 발의가 순조롭게 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확하지 않은 배임 조항으로 경영인을 형사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면서 "악질 기업 경영인의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고 주주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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