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를 위해 2007년 11월 결성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8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9월 반올림에서 활동하던 유족과 피해자 대표 6명이 따로 떨어져 나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를 만든 데 이어 이번에는 남아 있던 나머지 2명의 유족과 피해자 가족마저 반올림이 환영한 조정위원회의 중재권고안을 거부, 유족과 피해자 가족 8명 모두가 반올림과 이견을 보였다. 이에 따라 반올림측 인사 중 활동가들만 중재안을 받아들여 중재안 수용여부를 놓고는 활동가와 유족ㆍ피해자 가족이 맞서는 형국이 됐다.
반올림측 교섭단의 대표인 황상기씨와 김시녀씨는 지난 9일 조정위원회의 중재 권고안을 거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백혈병 문제 해결에 나선 유족ㆍ피해자 대표 8명(반올림 소속 2명, 가족대책위원회 소속 6명)이 모두 조정안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유족과 피해자 대표들이 조정안을 거부함에 따라 백혈병 보상은 삼성전자와 유족들 간 직접 협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황씨는 지난 8일 반올림 인터넷 카페에 올린 '거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황상기, 김시녀는 7월23일 조정위원회에서 보상권고안을 낸 것을 거부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의 마음을 담지 못한 조정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삼성은 피해자 노동력 상실분을 충분히 반영한 협상안을 마련해 피해자와 직접 대화에 임하기 바란다"고 적었다.
앞서 반올림은 조정위에서 내놓은 권고안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어 반올림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올림은 변호사 등 활동가 4명과 유족과 피해자 대표 8명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반올림에서 함께 활동하던 6명의 피해자 가족들(송창호, 이선원, 김은경, 정희수, 유영종, 정애정)이 협상 과정에서 의견 충돌을 겪은 뒤 가대위를 꾸려 분리해 나갔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와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한혜경 씨의 어머니인 김시녀 씨 등 피해자 가족 2명도 조정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삼성 백혈병 보상 문제를 두고 피해자 가족들과 삼성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는 조정안의 의견은 대부분 수용하지만, 공익법인을 설립하는 것 보다는 직접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삼성 측은 1000억원을 사내 기금으로 조성해 신속히 보상하고, 상주 협력사 퇴직자도 자사 퇴직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황 씨는 "카페에 올린 글은 반올림과의 불화나 조정위를 거부하는 글은 아니며, 조정권고안의 보상안이 너무 적고 많은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올린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은 피해자 구제에 최선을 다하고, 재발방지와 사과도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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