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판기 롯데주류 상품개발팀장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은 국내 주류시장의 판도를 순식간에 뒤바꿨다. 예상을 뛰어넘는 열풍에 경쟁사들은 달콤하고 순한 소주를 너도나도 출시했고 주류 시장을 넘어 외식, 식품업계에도 과일트렌드를 몰고 왔다.
순하리 처음처럼을 연구개발한 조판기 롯데주류 상품개발팀장은 이 같은 성공의 배경으로 '고객의 니즈(Needs)'를 그대로 반영한 전략과 열정을 꼽았다.
6일 롯데주류 연구실에서 만난 조 팀장은 "국내 주류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폭넓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저도주가 거의 없었고, 그나마 막걸리와 복분자주 등이 붐을 일으키며 잠시 주목 받았지만 금새 인기가 수그러들었다"며 "주류시장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 팀장은 2012년부터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다. 5000명이 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20여 차례의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기존 술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어떤 술을 원하는 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소주의 향과 맛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가 낮다'는 점과 '향과 맛이 우수한 과실주에 대한 가격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주의 가격으로 과실주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소주 베이스 칵테일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조 팀장은 "수많은 과실 중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과실을 찾기 위해 유자, 매실, 체리, 레몬을 비롯해 20여 종의 과실주를 시음하고 선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인 레몬, 오렌지 등 이른바 시트러스 계열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그 중에서도 유자를 최종으로 선택하게 됐다"며 "예전부터 귀한 과일이고, 과일명이 감성적이란 점도 유자 선택에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소주 특유의 맛과 유자의 새콤달콤한 맛 사이에서 최고의 접점을 찾기 위해 수없이 많은 레시피를 테스트했다. 제품 개발이 한창일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입안에서 유자향이 가신적이 없을 정도다.
당초 순하리 처음처럼은 두 종류로 출시될 계획이었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 얼음에 희석해 즐길 수 있는 높은 알코올의 프리미엄 제품과 20대가 즐겨 찾는 도수가 낮도 산뜻한 제품이었다. 또 롯데주류는 처음 순하리 처음처럼 계획 당시 기존 저도주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돼 가격저항이 심하다는 소비자 결과가 나왔고, 저가 모델마저도 '그 가격에는 구입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조사됐다. 결국 새로운 패키지를 적용할 경우 당초 기획의도와 맞지 않다고 판단, 프리미엄 라인을 없애고 저가 모델 역시 새로운 병 생산을 포기한 후 기존 소주병에 담았다.
조 팀장은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며 "결국 순하리 처음처럼의 성공은 기획부터 제품 출시까지 고객들의 니즈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조 팀장은 "순하리 처음처럼의 출시로 소주시장의 경쟁구도가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옮겨왔다"며 "소주 베이스 칵테일 시장의 성장 한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주류시장 전반에 불고 있는 저도주 트렌드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를 형성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만큼 제품개발에 꾸준히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가 소비자에게 큰 사람을 받은 만큼 복숭아 맛도 출시했다"며 "유자와 복숭아 외에 감귤과 깻잎이 기억에 남는데, 특히 깻잎은 중장년층을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귀띔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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