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기업인 특별사면을 통해 경제활성화의 물꼬를 틔우려던 청와대가 예기치 않은 롯데 사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거세진 반(反) 기업 정서를 무시하고 재벌총수들을 풀어줄 경우 하반기 국정운영의 돌발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대기업들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수조건인 '창조경제' 활성화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서라도 기업인 사면카드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어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가 광복절 특사 대상 선정에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정부가 기업인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없기 때문에 최근 일 때문에 어떤 결정사항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특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여론의 향배에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에서는 내심 롯데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고 자연스레 반(反) 기업 정서도 가라앉아 사면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업인 특사가 공식적으로 거론된 적은 없지만 청와대 참모들도 이번 사면이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부분에 대체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특별사면과 롯데 사태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기업인 사면을 통한 경제활성화 기대감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 기업이 정부와 함께 운영하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도 일부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시각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극구 부인한 것 역시 이런 분위기를 방증한다.
그러나 재벌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재계 전반까지 확산된다면 기업인 사면카드를 강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보건복지부 장관을 경질하고 6일 대국민담화를 계획하는 등 분위기 쇄신을 통해 국정의 고삐를 바짝 죄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과 맞서는 모양새를 연출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하반기 핵심과제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성과를 내려면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여론의 향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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